오바마 시대의 개막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에도 큰 변화의 물결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선 출구조사 결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드러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당선 축하와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의 패배 시인이 잇따르면서 사실상 오바마 시대가 개막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지난 8년간 이어져 온 공화당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일방주의로, 미국의 외교 지도력 추락을 초래했다는 비판적 인식을 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동맹국은 물론 협력이 가능한 국가들과 손잡는 다자주의적 세계질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로 공간을 좁힐 때 그는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행정부가 한때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과의 양자대화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민주당의 전통적 대외정책의 근간인 '개입정책'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미 오바마 당선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도 만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바마 당선인의 북한에 대한 과감한 접근은 공화당 정권의 퇴진과 민주당 신시대의 도래를 상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바마 당선인은 전제를 분명히했다. 북한이 핵폐기 의지를 명확히 해야만 유연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북한이 오바마 당선인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경우 과거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몰아쳤던 한반도 해빙의 무드가 다시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오바마 캠프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북한내 거점마련 차원에서 '외교대표부 조기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북.미 양자 차원의 협상이 본격 추진되는 것은 6자회담과 다른 새로운 협상틀이 마련됨을 의미한다. 비핵화와 북.미간 관계개선 문제와 함께 한반도 문제, 나아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등 현안들이 두개의 협상공간에서 논의되는 새로운 구조를 상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과거 민주당 클린턴 정부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이 다시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만 협상하고 한국을 봉쇄한다)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이미 경험을 통해 충분히 대비할 지혜를 축적한데다 6자회담이라는 공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말려들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미 관계로 눈을 돌려보면 오바마 당선인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임을 감안할 때 한국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익숙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치중했던 한.미.일 3국 협력체제의 성격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에 대한 오바마 당선인의 확고한 신념을 감안하면 현재의 굳건한 한.미관계의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관계가 군사동맹을 넘어 글로벌 이슈를 함께 협의하는 포괄적 동맹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게 오바마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당선인이 아프간 재파병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주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소말리아 해역 함정파병을 결정한 것이나 유엔 총회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에 한국이 공동 제안국에 참여한 것 등도 새로운 미국과의 관계설정을 의식한 행보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중시하는 만큼 미국의 신정권 하에서도 한.미 관계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수 성향의 한국 정부와 미국의 민주당 신정권이 정서적 불일치로 한동안 적응기를 가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전통적으로 국익을 깐깐하게 챙기는 민주당의 성향상 오바마 당선인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치밀한 계산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는 한.미간 불균형 무역분쟁 소지가 있는 자동차 교역과 쇠고기 등과 같은 문제가 조정된 후에 FTA를 비준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따라서 한.미간 무역관계에 다소 긴장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당선인이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을 설득할 경우 부시 정부보다 쉽게 FTA 비준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성향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