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실물경제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이 14년래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한 가운데 독일 등 주요국 경제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용위기의 실물경제 전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내년까지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美 실업률 6.5%, 14년래 최악=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6.5%로 치솟았다. 이는 전월 6.1%에서 상승한 것은 물론 14년래 최고 수준으로 한달 동안 사라진 일자리만 24만개에 달한다.
월가는 10월 한달간 사라진 일자리가 20만개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의 고용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악화됐으며 9월 수치 역시 28만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된 것으로 수정되면서 9.11 테러 직후 2001년 1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고용시장의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물경제 위기속에 기업들의 감원이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계에서 사라진 일자리만 9월 5만6000개에 이어 10월에도 9만개가 사라졌다.
팩트 앤 오피니언 이코노믹스의 로버트 브루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방위적인 일자리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모든 것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원 행진은 제조업을 비롯해 유통, 게임, 자동차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전자제품 양판점인 서킷시티는 미국 내 155개 매장을 연래 폐점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 매장 중 20%에 해당하는 것으로 폐점과 함께 종업원의 17%인 73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약품·생활용품 유통기업 롱스드럭스는 CVS 케어마크에 인수되면서 800여명의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펀드운용사 피델리티도 최근 1300명에 대한 감원을 발표했고 완구업체 마텔이 1000명의 직원을 줄일 계획이다.
IT 업계에도 감원 한파는 무섭게 불고 있다. 미국 최대 서버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은 경기침체로 3분기에만 1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자 감원을 비롯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으며 비디오 게임 개발 업체 EA는 역시 비용 감축을 위해 500~600명의 직원에 대한 감원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 위기감 고조...공장주문 16년래 최대 감소=미국 경제의 침체는 자동차업종을 중심으로 제조업에서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0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17년래 처음으로 30%가 넘게 감소해 83만8000여대에 그쳤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판매가 45%나 줄었고 크라이슬러와 포드는 각각 35%와 30% 감소했다.
![]() |
||
사진: 미국 제조업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업종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다. 사진은 GM 본사. |
포드는 실적 악화 속에 최근 2600명에 대한 감원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조업 전체 역시 9월 공장주문이 2.5% 감소했다. 자동차와 항공기를 제외할 경우 3.7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금융권의 파산 역시 줄을 잇고 있다. 8일 미국 당국은 51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텍사스주 프랭클린 뱅크와 자산규모 5억6100만 달러 규모의 캘리포니아주 시큐어리티 퍼시픽 뱅크 등 은행 2곳에 대해 영업 정지 조치를 취했다.
이로써 올들어 파산한 미국 금융기관은 19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미국 정부 역시 고용시장 침체와 실물경제 위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10월 고용지표는 경제 회복을 위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면서 "가계와 기업에 대한 자금흐름을 개선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금융시장 안정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도 악화일로, 獨 3분기 마이너스 성장 확실시=유럽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은 산업생산과 신규주문이 최악의 상황을 나타내는 등 침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독일 경제부에 따르면 9월 산업생산은 8월에 비해 3.6% 감소했다. 이는 1995년 1월 이후 최대 감소로 전문가 전망치 2.0%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9월 해외 신규주문은 전월 대비 11.4% 감소했고 국내 주문은 4.3% 줄어 전체 신규주문이 1990년 통일 이후 최대치인 8%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독일 기업들의 체감경기 역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독일 Ifo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0월 기업신뢰지수가 5년여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UBS의 마르틴 뤽 애널리스트는 "2009년 독일의 수출은 2.5% 감소해 17년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독일 경제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 경제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독일은 유로존 경제규모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