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의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가 11일(한국시간)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킷시티의 비즈니스 안정성 문제는 최근에 나온 것은 아니다"며 이번 파산사태가 예견된 것임을 지적한 뒤 "다른 대형 유통채널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과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저가 유통채널의 등장으로 인한 유통구조 변화 등이 파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킷시티는 휴대전화 등 이동통신 단말기와 LCD TV, 오디오, 홈시어터 등 A/V제품을 주로 판매해온 유통업체이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LCD TV세트와 홈시어터, 디스플레이 제품 등을 공급해왔다.
휴대전화 단말기의 경우 삼성.LG전자는 스프린트, 버라이즌, AT&T 등 미국내 이동통신회사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어서 서킷시티 파산과는 무관하다.
당장 국내 전자업체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채권을 확보하는 문제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거래선마저 축소돼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은 물론 내년 초까지도 미국내 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채권 문제를 보면 서킷시티의 전자제품 공급업체에 대한 채무는 6억5천만달러로,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1억1천590만 달러, LG전자(제니스 포함)는 4천110만달러 등이 걸려있다. 휴렛패커드, 소니, 도시바 등에도 상당 액수의 채무가 있다.
삼성.LG전자는 유통채널별로 수출입 보험에 들어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 보험에 가입돼 있어 매출 채권을 떼이더라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며 "보험은 유통채널별로 가입돼있는데 서킷시티에 대한 보험금 지금한도는 매출채권액 규모 이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거래선 축소 및 매출 감소 문제와 관련, 서킷시티는 기업회생 계획을 마련하면서 영업은 차질없이 지속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내 전자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킷시티 측이 영업을 계속하겠다고 하는데 계속 영업이 가능한지 협상을 통해서 거래 지속 여부를 파악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업체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되면 수출입 보험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고, 만약에 그런 상태에서 거래를 지속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간에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정상적인 거래를 지속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킷시티가 회생하더라도 신뢰도 추락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길 가능성이 커서 거래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킷시티는 미국에 721개, 캐나다에 770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대형 전자제품 유통 전문업체여서 거래선 축소에 따른 중장기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로 인해 서킷시티에서 줄어드는 만큼을 베스트바이, 월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에서 흡수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삼성.LG전자의 미국내 거래선 가운데 서킷시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베스트바이, 홈디포, 시어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 다행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가 서킷시티하고만 거래하고 다른 곳과는 안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다른 유통업체들과도 거래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고, LG전자 관계자는 "금융위기에 이어 대형 유통업체가 파산신청을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만, 미국내 연간 매출 규모 약 130억 달러 가운데 서킷시티 관련 매출은 한자릿수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일렉측은 베스트바이 등 다른 유통채널을 통해 주로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을 미국시장에 수출하고 있어서 서킷시티 파산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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