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우리CS파워인컴펀드' 분쟁조정에서 판매사인 은행에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투자자 손실 보상을 결정함에 따라 비슷한 피해를 주장하는 소송과 민원이 잇따를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파산한 미국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했다가 원금손실을 입은 우리인컴펀드 투자자에게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손실액 50%를 보상하라는 분쟁조정 결정을 내렸다.
은행 직원이 펀드에 어두운 투자자에게 적절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음에도 원금보장형 상품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했다는 게 이같은 결정 이유다.
◆"조정결정 수용 어려워"=분쟁조정은 당사자 모두가 동의해야 효력을 갖는 만큼 일방만 불복해도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인컴펀드 판매 규모는 1500억원 정도다. 금감원이 이자 문제를 포함한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통보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금감원 조정안이 오는대로 금융ㆍ법률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자 또한 금감원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인컴펀드 투자자 모임측 관계자는 "원금 손실액 5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지만 실제론 원금손실액 30% 정도만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과 같다. 원금손실액은 가입금액에서 해지환급금을 제외한 것이어야 하는데 금감원은 여기에 가입기간 받은 이자까지 제했다"고 전했다.
앞서 우리인컴펀드에 가입해 손실을 본 투자자 160명은 지난달 우리은행을 비롯한 판매사를 상대로 모두 8건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펀드손실 줄소송 가능성=금융위기 여파로 펀드 투자자 상당수가 대규모 손실을 본 상황에서 이날 금감원 결정으로 판매사를 상대로 한 유사 소송과 민원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는 지난해 말부터 펀드 불완전판매에 따른 분쟁조정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리먼사태로 환매를 중단한 파생상품펀드 투자자 모임은 판매사를 상대로 곧 소송을 낼 예정이다.
주가연계펀드(ELF)인 '우리2스타파생상품펀드KH-3호' 투자자 모임은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판매사인 경남은행과 운용사인 우리CS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
리먼사태에 따른 상환연기로 피해를 본 다른 펀드 투자자 모임도 판매사와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누리 관계자는 전했다.
◆소송규모 갈수록 커질듯=우리파워인컴펀드에 대한 현재 소송청구액은 10억원 수준이지만 향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까지 집계한 리먼관련 소송도 1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펀드손실에 따른 소송 문의도 크게 늘었다. 한누리 관계자는 "최근 펀드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국내외 주식형펀드나 ELS에 투자하기 전에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가능성을 묻는 사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접수한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 신청 역시 상반기에만 117건으로 지난해 분쟁건수인 109건을 넘어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각종 분쟁조정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조정을 거쳐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에게는 소송이나 민원을 제기한 쪽이 존립 기반인 고객인 만큼 법적분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펀드 소송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남는 것은 고객 원성뿐이다. 은행 신뢰에 흠집이 가지 않으면서 금전 손실도 최소화하는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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