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은행업계가 아시아의 다른 라이벌보다 더욱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한국 은행권은 해외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은행업계를 둘러 싼 악재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정부가 1300억달러 규모의 지원안을 내놓는 등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신용폭풍으로부터 한국 은행업계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는 평가다.
한국의 적정자본비율은 이미 7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부실여신(NPL)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은행권의 NPL이 향후 2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4년래 최저치로 추락한 상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수출 의존형인 한국경제가 미국 등 선진국의 회복 없이 성장이 살아나기 힘들며 이는 은행권의 NPL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3%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은행들의 수익성과 자산의 질 역시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은행권이 이같은 위기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국 은행권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의 전망 역시 불안한 상태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전일 한국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는 10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한 뒤 이어진 조치로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농협의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피치는 신한·우리·하나·외환·부산·경남·광주은행 등 시중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끌어 내리고 국민은행의 등급 전망은 기존의 '부정적' 의견을 유지했다.
피치는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의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렸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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