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 경제는 금융불안의 여파로 상반기에도 추운 겨울이 이어지고 연간 성장률이 3.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상반기에는 민간소비와 투자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실업률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발 금융불안으로 세계 경제가 가라앉고 우리 수출액도 3%대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2008~2009년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총소비가 3.0%, 총고정투자는 2.5%가 각각 증가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3%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은 2009년 세계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크게 둔화돼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연평균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안팎으로 각각 떨어지고 실질실효환율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나온 것이다.
◇ 성장률 3.3%..상반기엔 2.1%까지 추락
현정택 KDI 원장은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일제히 마이너스인 것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며 세계 경기 하강의 강도만 놓고 봐서는 1, 2차 오일쇼크때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의 경색은 국내 금융시장을 흔들면서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위축시키는 한편, 세계 실물경제까지 움츠러들게 하면서 우리 수출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게 KDI측 설명이다. 특히 주가 및 부동산값의 추락은 소비 둔화를, 금융시장 경색은 기업의 자금부담을 가중시켜 투자를 막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경제 성장률은 올해 3분기 3.9%에 이어 4분기에는 2.7%까지 떨어지면서 연간 4.2%에 머무는데 이어 내년에는 상반기 2.1%, 하반기 4.4% 등 연간 3.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경색이 하반기나 돼야 점차 풀릴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정부 전망치인 4%를 밑도는 것이며 삼성경제연구소(3.6%)와 LG경제연구원(3.6%), 한국경제연구원(3.8%), 현대경제연구원(3.9%), 금융연구원(3.4%) 등 다른 연구소의 예상치보다도 낮다.
이는 전망시기가 늦춰질수록 전망치가 낮아지는 추세를 그대로 반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에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봤다가 지난 6일 2.2%로 낮춰잡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KDI는 IMF의 수정 전망치를 미처 반영하지 못하고 14조원 규모인 정부의 종합대책도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 원장은 "경기가 지금은 더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에 바닥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경기부양 대책이 효과가 나타나거나 오바마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든지 하는 국면 전환이 없고 현 상황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경기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내려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KDI는 민간 소비 역시 올해 4분기에 0.2%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 0.4%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하반기에 3.9%로 회복되면서 내년에 2.2% 증가할 것으로 봤다. 물가상승 압력, 자산가치 하락, 고용여건 악화 등을 소비 둔화 요인으로 꼽았다.
설비투자 증가율의 경우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번 4분기에 1.8%에 이어 내년 상반기 1.5%로 떨어지지만 하반기에 내수의 점진적 회복과 자본재 수입비용 하락에 힘입어 2.2%로 소폭 회복하면서 연간 1.9%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건설투자는 공공부문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토목 분야에서 증가가 예상되지만 경기 하강으로 주거용, 상업용, 공업용 건설은 부진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에도 0.4% 줄면서 연간 0.9% 감소할 전망인 건설투자는 내년에는 상반기 1.8%, 하반기 3.3% 등 연간 2.6% 증가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총수출(물량)은 9.6% 증가가 예상되는 올해보다 크게 둔화돼 상반기 3.9%, 하반기 6.4% 등 내년에 5.2% 늘고 총수입도 연간 4.9%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액 증가율 3.2%..상반기 실업률 3.7%
KDI는 내년 상품수지의 흑자규모는 올해 전망치인 90억~100억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24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가운데 수출액(달러기준)은 실물경제 침체로 물량 증가폭이 둔화되고 원자재값 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4천700억달러 안팎으로 3.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27~28%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수입액 역시 유가 및 원자재가격이 급락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0.6% 감소한 뒤 하반기에 0.7% 늘면서 연간 0.1% 증가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유가와 원자재값 하락은 불행 중 다행이다. 실제 내년 유가가 올해보다 30% 낮은 70달러에서 안정된다면 이에 따른 구매력 회복이 GDP의 1.5%에 해당하는 연간 150억 달러에 달하고 이 중 110억 달러는 경상수지 개선요인으로, 40억 달러는 내수급락 완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KDI는 분석했다. 이는 통상 유가가 10% 움직일 때 경상수지를 35억~40억 달러 정도 변동시킨다는 추정치를 반영한 분석이다.
서비스.소득.경상이전 수지는 180억 달러 적자가 예상되는 올해보다 적자폭이 줄어든 155억 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내수가 둔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흑자로 전환돼 86억 달러 가량의 흑자가 예상됐다.
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국내 경기하강에 따른 수요압력도 둔화되면서 상반기에는 4.4%로 여전히 높지만 하반기에 2.8%로 떨어지면서 연간 3.6%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시장에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이번 4분기에 3.3%로 예상되는 실업률은 내년 상반기 3.7%, 하반기 3.5% 등 연간 3.6%까지 상승하고 취업자 증가폭은 10만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나마 비경제 활동인구의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실업률 상승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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