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200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경제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현 시점에서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놨다.
KDI는 특히 재정정책과 관련해 내년 상반기 조기집행을 추진하되 항구적 추가 감세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면서 재정 건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KDI는 또 경기 하락을 완충하기 위해 목표금리 수준을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재정조기집행..추가감세는 신중해야"
KDI는 당분간 경기 연착륙을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의 기본방향을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이달 초 11조원의 공공지출 확대, 3조원 규모의 추가 감세 등 재정의 경기 대응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KDI는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여건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을 조기에 집행,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6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KDI는 다만 재정지출 확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출 효율성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경우 진행 중인 사업의 공기를 단축하고 타당성 검증을 거쳐 확정된 사업에 조기 착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경기 회복기에 탄력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부분에 추가적 재정지출을 활용해야만 재정지출 확대의 고착화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감세정책과 관련해 이미 계획된 것은 예정대로 추진하되 항구적 추가 감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KDI는 "단기적 경기 둔화에 대해서는 일시적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항구적 감세 등 조세체계 자체의 개편 여부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재정지출 확대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입 측면에서는 각종 비과세.감면 및 소득.세액공제 축소 등을 통해 세입 기반을 확대하고 세출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재정사업 정비를 통해 불요불급한 사업은 과감히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금리 점진적 하향조정 바람직"
KDI는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경기 하락을 완충하기 위해 목표금리 수준을 점진적으로 하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로 인해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물가 상승세는 점차 둔화되는 반면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KDI는 그러나 금리 하향 조정시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는 국내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개선하는데는 도움을 주지만 외환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원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KDI는 "정부의 단기외채 지급보증 및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등으로 극심한 외환시장 불안이 진정되고 있지만 불안요인이 잔존해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에도 외환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점진적으로 금리목표 수준을 하향 조정, 금융경색을 완화하면서 급격한 경기 하락 가능성을 축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PF대출 부실 금융기관 구조조정 필요"
금융정책과 관련해 KDI는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선별적 지급보증 및 유동성 공급은 유지하되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은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긴급 대책들은 금융시장 불안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지만 과도한 시장개입은 금융시장에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켜 장기적으로 금융 인프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금융안정화 정책이 금융기관의 부실 경영이나 투자 손실에 대한 인위적인 보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차단해야 한다"면서 "단기적 증시 부양책은 지양하고 금융기관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경우에는 적절한 벌칙 금리 부과, 경영진에 대한 문책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대출로 인해 부실화된 금융기관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KDI는 밝혔다.
KDI는 "지난 6월 말 현재 저축은행 총자산은 은행부문 총자산의 4%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부동산 PF 대출로 부실화되는 일부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번 기회에 예금보험기금 중 저축은행 계정의 누적 손실 해소, 기금충실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KDI는 덧붙였다.
◇ "금산분리 완화시 대주주 심사.감독강화해야"
KDI는 현재 추진중인 은행주식 보유규제 완화는 금산분리의 큰 체계를 유지하면서 우리 제도를 선진국에 근접한 수준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대주주에 대한 개별적 심사 및 구체적 감독 강화방안이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은행의 자산운용 감독 및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개별 심사 강화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며 주요 주주 및 관계회사에 대해 은행에 준하는 감독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산업자본이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경유 또는 우회해 은행주식을 보유할 경우에도 엄격한 사전통제 및 사후감독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위기로 추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해서도 KDI는 기존에 확정된 일정에 의거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DI는 "현재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자본시장의 투자상품과 중개기관에 의해 확대되고 있음에 주목해 자통법의 시행으로 규제 및 감독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그러나 자통법은 원칙중심의 규제를 표방하고 있어 규제에 유연성을 부여함으로써 오히려 금융위기 상황에 대해 신축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진단했다.
현재 금융규제체계는 금융신상품과 관련해 발생하는 새로운 금융거래에 대한 감독이 탄력적으로 이뤄지기 힘들지만 자통법은 새로운 상품이나 거래형태를 규제체계 내에 포괄적으로 수용해 변화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DI는 그러나 "자통법 도입에 있어 건전성 규제는 보완 및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금융신상품의 상품 속성과 거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의 역량을 강화하고 정부의 공개의무 등을 확대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신상품 거래와 관련해 파악.공개된 정보가 실질적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규제체계를 정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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