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의 대가로 경영합리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장 연봉 삭감폭을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들로부터 지급보증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시중 은행장 연봉을 30% 이상 삭감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연봉을 30%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라며 "일부 은행이 MOU 초안을 제출하면서 임원 연봉 삭감폭을 미미하게 적어내거나 공란으로 남겨 놓아 보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과도한 연봉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시중 은행장은 30% 이상, 국책은행과 지방은행은 10~20% 수준에서 연봉 삭감을 유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연봉이 많은 은행장은 더 깎고 연봉이 적은 은행장은 덜 깎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용태(한나라당) 의원이 은행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시중은행장 연봉은 스톡옵션과 활동수당 등을 합쳐 10억∼16억원 수준이었다. 국민은행장이 16억2천만원, 신한은행장이 14억1천600만원, 우리은행장이 10억원이었다.
은행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임원 연봉 삭감폭을 재조정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장 연봉의 30% 삭감을 강요하고 있다"며 "죄인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굴욕스럽다"고 말했다.
18개 은행들은 정부의 지급보증 관련 MOU 초안을 금감원에 모두 제출한 상태다. 지급 보증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16개 은행은 지급보증 관련 이행사항과 경영합리화, 실물경제 지원 등으로 구성된 초안을 제출했고 지급 보증을 받지 않을 예정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중소기업 지원과 가계대출 부담완화 등 정부 정책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제출한 초안을 심사한 뒤 14일에 정식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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