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한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침체돼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에는 민간소비와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지고 실업률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재정지출은 늘리고 금리는 낮춰야 한다고 조언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추가 감세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성장률 3.3%로 추락 = KDI는 12일 발표한 '2008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을 흔들어 내수가 위축되고 실물경제로 전이돼 수출 둔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 성장률은 3분기 3.9%에서 4분기 2.7%까지 떨어지면서 연간 4.2%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2.1%로 추락했다가 하반기 4.4%로 회복되면서 연간 3.3%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정택 KDI 원장은 "지금 경기가 바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미국의 추가 대책 등 국면 전환이 없다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KDI는 물가상승과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민간 소비가 내년 2.2%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에 0.4%로 바닥을 치고 하반기에는 3.9%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4분기 1.8%에 이어 내년 상반기 1.5%로 떨어졌다가 하반기에는 내수 회복에 힘입어 2.2%로 소폭 올라 연간 1.9%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졌다.
반면 건설투자는 주거용, 상업용, 공업용 등 부문을 가리지 않고 부진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상반기가 고비…물가 4.4% 실업 3.7% = KDI는 내년 상반기 경기가 특히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 물가 상승률은 4.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 들어 2.8%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시장 한파가 이어지면서 실업률도 상반기 3.7%, 하반기 3.5%로 연간 3.6%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증가폭은 10만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다만 유가가 안정되면서 구매력이 회복돼 경상수지는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유가가 올해보다 30% 가량 낮은 70달러에서 안정된다면 구매력 회복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1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86억달러 정도일 것으로 추산했다.
◆ 재정확대·금리인하 필요 = KDI는 재정 확대를 내세운 정부의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 연착륙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경기 여건이 상당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 재정 집행률을 60%로 끌어올리는 등 재정 조기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경우 진행 중인 사업의 공기를 단축하고 확정된 사업은 조기 착수하는 한편 경기 회복기에 축소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등 지출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경기 하락에 대비해 목표금리 수준도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금리 인하시 외화 수요가 늘어나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측면을 감안해 외환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계획된 내용은 예정대로 추진하되 추가 감세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구적 감세 등 조세체계 자체의 개편 여부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번 재정지출 확대가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종 비과세·감면 및 소득·세액공제 축소를 통해 세입 기반을 확대하고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축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PF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해야" = 금융 정책과 관련해 KDI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저축은행 총 자산이 은행 부문 총 자산의 4%에 불과한 만큼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금융시장 불안을 확산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금산분리 완화의 경우 대주주에 대한 개벌적 심사 및 구체적 감독 강화 방안이 함께 도입돼야 하며 금융시장에 대한 지급보증 및 유동성 공급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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