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세기준 9억원, 도로 6억원 가능성
헌재가 종부세법의 제7조 세대별 합산과세 규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림에 따라 별도 세법개정이 없더라도 올해분부터 인별 합산 방식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과표적용률 작년 수준(80%) 동결, 보유세 부담 상한 전년대비 150%로 축소 등의 내용이 반영될 경우 올해 종부세 징수액은 2조6천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세대별 합산이 인별 합산으로 전환되면서 5천억 원 가량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하지만 세대별 합산과세에 대한 위헌 결정은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에 담긴 과세기준 상향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에는 과세기준을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조정해 내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인별 합산으로 바꾸라는 헌재 결정에 따라 사실상 과세기준은 현행법 기준으로도 12억원으로 올라간다. 12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가정에서 부부가 주택을 6억원씩 분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편안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당초 정부가 제시한 과세기준 9억 원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야 모두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정부안대로 9억 원으로 높이면 사실상 종부세 과세기준이 18억 원 주택으로까지 올라갈 수 있고 이 경우 종부세는 명목 뿐인 세목으로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14일 "9억 원을 인별 합산으로 바꾸면 부부 공동재산이 18억 원인 경우에도 종부세를 내지 않는 문제가 있어 조정이 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용섭 제4정조위원장은 "현행대로 6억원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 결정 전까지만 해도 개편안을 원안대로 관철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과세기준 9억 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은 취소되느냐를 묻는데 대해 "상황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감안해 당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수술 폭 커질 수도
이와 함께 헌재가 주거 목적의 1주택 장기보유자, 장기 보유자가 아니더라도 별다른 재산이 없거나 수입이 없는 경우에 대한 일률적 과세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이번 개편안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헌재가 내년 말까지는 효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결정함에 따라 정부는 1년의 여유가 있지만 조세저항이 우려되는 만큼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을 반영하는 방법은 아예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법과 세율조정을 통해 세부담을 줄여주는 방안 등 두 가지인데, 현재로서는 세율 조정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형국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 취지가 세부담이 지나치다는 것이었던 만큼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아니라 경감해주는 방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우 양도소득세처럼 3년 이상 보유하면 1세대1주택의 경우 보유 기간에 따라 공제율을 높여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경감안이 이번에 포함될 경우 주택분에 대해 현행 1~3%인 세율을 0.5~1%로 낮추고 과표도 완화한 종부세 개편안에 대한 손질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개편안에 헌재 결정내용까지 반영할 경우 종부세가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을 맞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종부세 개편안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이뤄질 가능성을 엿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 수정안 내주 초 윤곽 드러날 듯
이에 따라 향후 관심은 당정협의와 여야 간의 절충에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오는 19일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종부세 개정안을 상정해 심의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적어도 18일까지는 당정협의를 마치고 정부 수정안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나라당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앞으로 정부와 조속한 시일 내에 협의, 헌재 결정을 존중해 그 취지를 반영해 입법 보완하겠다"며 "인별합산으로 고치고, 20여배 되는 세율 차이도 고치고, 상당기간 세금을 내다보면 재산 원본이 없어지는 과중한 세부담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 협의는 헌재 결정을 개편안에 반영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내에서는 주택분 과세기준을 현행대로 6억원을 유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정을 거치며 수정안이 나오더라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민주당이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종부세는 이미 이명박 정부와 전 정부(참여정부), 여당과 야당간 자존심 싸움의 상징처럼 돼 버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용섭 의원은 "민주당은 부동산 과다보유 억제를 위한 종부세 기능의 훼손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완강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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