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대를 연 삼성 개혁은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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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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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32년동안 영욕의 태평로시대를 마감하고, 17일부터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뉴삼성 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지난 1976년부터 시작된 삼성의 태평로시대는 1987년 이건희 전 회장의 회장 취임서부터 다시 경영 퇴진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의 중심축에 서 있었다.

무엇보다 기업들 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도산위기에 빠졌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라는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을 삼성은 오히려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 무난히 극복했다.

세간에서는 삼성의 IMF 위기극복 방식을 ‘선상투하(船上投下)식 구조조정’, ‘버림의 경영’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해서는 안 되는 사업,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은 포기할 줄 아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건희 전 회장의 메시지는 오너경영의 모범 사례로까지 꼽혔다.

최근 세계적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핵심사업에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에 나서
면서, 삼성의 구조조정 방식에 또다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치욕의 세월도 태평로에서 겪었다. 지난해 말 김용철 변호사의 불법비자금 조성 폭로로 그동안 글로벌 초일류기업의 경영원칙으로 표방해 온 법과 원칙의 고수 및 깨끗한 조직문화 유지가 무색해져 버린 것이다.

급기야 지난 4월 발표된 삼성경영쇄신안에 따라 이건희 전 회장 뿐아니라,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전 사장 등이 7월1일부로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고, 그룹 계열사들을 거중조정해 온 전략기획실마저 해체됐다.

지난달 이건희 전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혐의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혐의에 대해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차명계좌로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1128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만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고, 올 연말께 있을 대법원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철학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목계(木鷄)이다.

‘스스로를 경계하라’는 의미가 담긴 목계는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이 이 전 회장에게 물려준 교훈으로 장자의 달생(達生)편에 나오는 싸움닭 이야기다.

그동안 이 전 회장은 이 목계를 통해 자율경영이라는 경영철학을 실천했다.

1987년 회장취임 후 6년이 지난 1993년6월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막이 오른 이건희 전 회장의 개혁작업(신경영)은 삼성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진 오늘날은 오너가 그룹의 모든 일을 일일이 다 이끌 순 없다.

전략기획실 해체로 약 60여개사에 달하는 계열사들에 대한 콘트롤타워가 없어지긴 했지만, 계열사간 사장단협의회가 있고 계열사 책임경영제 방식도 도입됐다.

변화와 개혁은 일류기업을 넘어 초일류기업, 존경받는 글로벌기업으로 나아가기까지 쉼없이 계속돼야 할 진행형 과제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라는 삼성그룹의 신경영 기치가 서초동 삼성타운 이전을 계기로 계속 이어져 세계 초일류기업이라는 뉴삼성 시대를 활짝 열어 가길 바란다.

박재붕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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