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자 기획]위기는 새로운 기회…"다가올 호황기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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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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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로 한숨 돌리는 듯 싶었던 금융시장은 은행과 제2금융권의 유동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불안심리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물경제 쪽도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 등으로 내년 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낳는다.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헤쳐 나갈 길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 산업의 경우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각 금융기관이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면 우리나라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기업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굴하는 등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 불황기 뒤에 찾아 올 호황기를 대비해야 한다.

◆ 규제완화로 금융허브 기틀 마련 = 최근 국내 금융시장 상황은 분명 위기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과 카드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까지 수익성 하락과 건전성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위기가 터진 후 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저축은행 부실 채권 인수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쏟아냈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등으로 외화유동성 부족 현상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은 신뢰의 위기(Counterparty Risk)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리 인하와 감세 정책에 찬성하면서 더욱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낸다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지난 12일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한 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금융위기를 신속하게 벗어날 것"이라며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갖춘 서울은 최고 수준의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윌리엄 라이벡 금융감독원 특별고문은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미국의 금융시스템도 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한국이 금융 부문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규제 문제를 다루는 금융감독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동수 인베스트코리아 단장은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글로벌 금융기관이 한국에 추가로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금융시장은 장점이 많아 많은 투자가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 불황기는 산업 체질개선 적기 =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 전후로 제시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3%대에 머물거나 그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위기의 근원이 해외이기는 하지만 강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에 못지않다"며 "내수 위축이 심각한 가운데 수출까지 어려움을 겪게 돼 국내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실물경제 위기는 짧으면 내년 하반기 길게는 2~3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워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해 불황기 이후에는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를 대비해 경기 둔화기에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유망 산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호황기에는 구조조정 여력이 없지만 침체기에는 가능하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재정 지원으로 무조건 살리려 하지 말고 한계 중소기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생존 가능한 중소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어려움 중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것이 100이라면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훼손은 20도 안 된다"며 "단기적으로 유동성 확보 노력을 펼쳐 위기를 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과 신기술 및 지식서비스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 들어선 미국의 오바마 정부도 녹색성장을 미래 산업으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녹색 산업을 먼저 선점하는 국가나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세계 경제 둔화로 중국 등 신흥 경제국에 대한 투자 감소가 예상돼 한국 등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상봉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중국 등과 차별화할 수 있는 신기술 및 부품ㆍ소재, 지식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충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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