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장사 실적이 올해 3분기에 집중된 글로벌 경기 둔화와 환율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크게 나빠졌다.
철강금속과 화학업종은 제품가격 인상과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렸으나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특성 때문에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변수의 영향이 적은 통신, 전기가스, 음식료 등 경기방어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 수요둔화, 환율급등, 원자재값 급등 `삼중고' = 18일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환율 급등과 원자재 비용 부담, 외환관련 평가손실 급증으로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각각 9.72%, 59.24% 감소했다.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할 것에 대비해 통화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던 수출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작년 말 930원대에서 지난 9월 말 1,2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전기전자업종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59.33%, 96.48% 급감했고 운수장비업종도 순이익이 33.11% 감소했다.
여기다 원자재 가격마저 오르면서 원료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전기가스업종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적자로 돌아섰고 음식료업종도 순이익이 60% 넘게 급감했다.
신용경색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업종은 증시 침체와 채권가격의 하락으로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46.44% 줄었고 신용시장 경색의 여파로 부실여신이 증가하면서 순이익도 50.39% 급감했다.
10대 그룹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한진그룹이 1조1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GS그룹도 순이익이 97%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반도체와 IT부품 등 IT업종들이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실적 부진을 주도했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에다 키코와 파업 등으로 1회성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익이 감소했다"며 "기업들이 수익성보다는 생존을 위해 영업하는 단계가 들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부담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 경기방어주에 주목 = 철강금속과 화학업종은 제품가격 인상과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철강 대표주 포스코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84.86%, 39.89% 증가했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증가세를 보였다.
제품가격 상승으로 철광석 등 원자재가격 인상과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분을 상쇄한 것이 호실적의 원동력이 됐다.
화학주인 S-Oil과 LG화학 등도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정비용 감소와 일부 사업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예상 외로 선방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NHN을 비롯한 인터넷주들과 태광, 태웅, 현진소재, 성광벤드 등 조선기자재주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경기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년에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주 센터장은 "이제까지 철강 시황 호조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지만 앞으로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철강과 화학업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반면 3분기 부진했던 전기가스와 음식료 업종은 원자재 가격의 안정세를 보이면서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통신업종도 마케팅비용이 감소하고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내년 상반기 중 세계 경제가 저점을 찍고서 하반기 들어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업실적도 개선될 것이다"며 "글로벌 변수의 영향을 덜 받는 통신, 전기가스, 음식료 등 경기방어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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