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리포트]새로운 세계경제 질서 재편, 한중일 협력으로 주도권 잡아야

“이제 미국이 내놓아야 할 세계경제 패권에 대해 한국, 중국, 일본 등이 힘을 합쳐 주도권을 잡도록 해야 한다”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정덕구 현 니어재단 이사장은 18일 중국 베이징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의 태동과 동아시아’라는 주제로 가진 특별강연회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미국 월가 중심의 신자유주의체제 붕괴와 퇴조를 계기로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지역에 독자적인 자본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며 “또 축적된 국부펀드를 기반으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신정승 주중대사, 구천서•노웅래 전 국회의원 등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 딩강(丁刚) 소장조리,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위용딩(余永定) 소장, 청화대학 공공정책센터 샤오겅(肖耿) 주임 등 한중 양국 공무원, 학자, 기업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사진 오른쪽부터 세번째)은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현 세계경제 위기와 관련한 특별강연회를 가졌다. 사진 오른쪽부터 두번째가 신정승 주중대사.

강연회는 정 이사장의 저서 ‘키움과 나눔을 넘어서-한국경제의 미래설계’ 중국어판 출판을 기념해 마련됐다.

다음은 정 이사장 강연내용 요약.

▲지난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때 이미 신자유주의적 자본이동 자유화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제기된 신국제금융체제 논의는 미국의 소극적, 방어적 태도로 무산됐다.

이번에 또다시 발생한 전세계 금융위기는 기존 국제 정치체제의 지배구조가 더이상 존속될 수 없음을 절실히 보여줬다. 때문에 다극화 가능성을 놓고 각 국가간 합종연횡, 오월동주, 동상이몽 등 치열한 파워게임이 난무할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는 실물과 금융의 유리, 금융부문의 이상비대 등으로 인한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현란한 파생금융기법, 규제완화, 도덕적 해이, 관리감독 실패, 비정상적 금융자산 역주행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파국에 직면했다.

이번 세계경제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내년도 미국, EU 등 모든 선진국 경기는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상황인식과 대응자세에 따라 침체기간이 최대 5년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 이제 세계는 경기침체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경제는 생태계와 같아 스스로 복원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에 대해 너무 극단적인 비관은 금물이다.

이로 인해 이제 신국제금융체제 구상과 새로운 기축통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EU, 일본, 러시아, 신흥국가 등 사이에 입장차이와 시장주도권을 놓고 파워게임이 벌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약화는 곧 중국의 역량 강화를 뜻한다. 중국경제를 더욱 단단하게 할 기회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경제의 세계경제 패권이 10년 정도 앞당겨질 것이다.

특히 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 대두 가능성도 있다. 우선 대외무역 결제통화로서 부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위안화의 안정성, 투명성 등이 보장돼야 한다. 또 위안화 거래에 따른 이점도 주어져야 한다.

중국이 한국, 일본 등과 힘을 합치면 세계경제 리더로서 가능성도 있다. 다만 개별국가의 독자적인 역할은 한계가 있다. 3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국가간 합의도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은 아직도 제조업 기반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는 강점이 있다. 금융산업 우위론의 신자유주의 퇴조 이후에는 제조업 경쟁력이 다시 국가경쟁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은 세계화, 광역화, 전략화 등 시각이 필요하다. 주변국과 긴밀한 협력관계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시아지역 내에서 실질적인 거대 영향력을 증대해야 한다. 지역 리더십을 통한 세계 리더십 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중국이 발표한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단기적 경제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다만 충분하고 대담하게 즉각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관료사회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국민적 역량과 지도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또 대외 금융개방에 대해서도 철저한 자기관리를 지켜왔다. 이는 이번 위기에 대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철통방어를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베이징=이건우 통신원

아주경제연구소 기자 aj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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