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색의 여파로 해운업계 중에서도 벌크선에 주력하는 기업들의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과 대한해운, SK해운과 같이 벌크선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들은 타격이 큰 가운데 STX팬오션과 대한해운 등은 해운호황기를 등에 업고 급성장했지만 최근 물동량이 급감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자금유동성이 좋아질 때까지 별다른 대책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STX팬오션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물동향이 최근 6개월 동안 10분의 1 가격으로 줄었다”며 “주로 다루는 것이 원자재 벌크니까 현재까지는 괜찮지만 앞으로 많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운업의 물동량은 시황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발주업체에서 발주하지 않는데 우리가 임의대로 양을 끌어올려 물동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덧붙였다.
STX팬오션은 중국 물동량이 전체 20~30%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 침체의 장기화도 영향이 큰 편이다.
대한해운도 마찬가지다. 5월 이전에 해운호황을 등에 업고 선복량을 대폭 늘렸지만 최근 금융경색의 여파로 타격이 큰 상황이다.
23% 정도 차지하고 있는 전용선이 있어서 어느 정도 커버를 하고 있지만 전체 비율에 비하면 미미한 상황이다.
대한해운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공급 이전 단계인 금융거래상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멈출 수밖에 없다”며 “혈액에 해당하는 자금이 흐르지 않다보니 원자재는 물론 완제품 공급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해운도 STX팬오션이나 대한해운처럼 벌크선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도 애매한 입장이다.
SK해운 한 관계자는 “벌크선을 중심으로 하는 업체는 정기적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고 수출입 거래가 있을 때만 무역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속된 말로 별다른 대책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 벌크선의 계약 취소건만 10월말 기준으로 154척에 이른다.
선형별로는 케이프사이즈급 58척, 포스트파나막스급 4척, 파나막스급 42척, 핸디 막스급 30척, 핸디사이즈급 20척 등이다. 이는 중국 중소 조선소를 중심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같이 벌크 보다 컨테이너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들도 금융위기 영향으로 지난 5월 호황기에 비해 절반 정도 떨어진 상태이다.
한진해운은 계약 취소 같은 것은 없지만 해운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CKYH 얼라이언스(코스콘, 케이라인, 양밍라인, 한진해운)와 함께 노선 합리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우선 미주와 구주를 연결하는 노선의 선복공급량을 약 30% 감축한다. 내년초에는 유럽·아시아·미주를 왕복하는 펜듈럼 서비스를 중단하고 아시아와 구주를 잇는 노선도 중단해 북유럽 전체 선복공급의 약 9%를 감소시킬 예정이다. 현대상선도 아시아-미주, 아시아-유럽간 항로를 합리화했다.
한편 벌크선은 건화물선 해상운송 관련 지수인 볼틱드라이인덱스(BDI)가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사상 최고치인 11300까지 올랐다가 최근엔 3자리 숫자까지 급락했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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