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00주년. 전세계 24개국에 30여개의 자회사 보유. 170여개국에 판매망을 갖춘 미국 최대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지난해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자리를 물려주기 전까지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으로써 위상을 자랑했던 GM을 비롯해 1903년 설립 이후 전세계인들의 머리속에 자동차하면 떠올랐던 포드와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미국 자동차 '빅3'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 모두가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구제금융 결정에 따라 파산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역사는 미국 제조업의 역사 그 자체였다. 포드자동차의 헨리 포드 창업자는 창업 5년만에 세계 최초의 양산형 대중차인 T모델을 개발했으며 1913년에는 조립 라인 방식을 채택한 포드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현대 제조업의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최저임금제와 1일 8시간 근로라는 획기적인 노동정책을 펴는 등 모범 기업으로써 존경도 받았다.
이후 바통은 GM에게 넘어갔다. 포드 창업자가 말년에 독단적인 경영으로 추락하면서 1928년 GM이 포드를 누르고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GM은 차종의 다양화와 스타일링 추구, 획기적인 할부판매 전략 등 현대 자동차산업의 방향을 수립했다.
위기는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로부터 시작됐다. 1909년 역사를 시작한 이후 1920년대 후반 GM, 포드와 함께 '빅3'로 도약한 크라이슬러는 방만한 해외전략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 도산위기를 겪은 뒤 전설적인 경영인 리 아이아코카의 도움으로 재건에 나섰다.
이후 다시 위기가 재발하자 크라이슬러는 1998년 독일 다임러벤츠와 합병했지만 결국 지난해 헐값에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에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불과 2~3년 전까지 위기가 크라이슬러에게만 국한됐다면 현재는 '빅3' 모두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풍랑속을 헤매고 있는 상태다.
GM의 릭 왜고너 회장은 유동성이 바닥나고 있다면서 의회의 지원이 없이는 사실상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애걸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드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빅3'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게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아직 공식 취임도 하지 않은 오바마 당선자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업종 구제책이 상원에서 표류하면서 연내 지원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자칫 '빅3' 구제금융책이 취임을 2개월여 앞둔 오바마에게 첫 실패라는 오명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붕괴를 지켜보면서 조짐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한 업종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신용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속에 월가 투자은행(IB)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이후 미국이 쥐고 있던 헤게모니가 무너지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가 바로 '빅3'의 몰락인 것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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