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사태에 대해 개발도상국들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선진국들에게 중국이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낸 순간이다. 이날 이 간부의 발언은 중국이 선진국으로써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를 곱씹게 만들었다.
중국 일각에서 2조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고를 운용하여 미국 시장 살리기에 도움을 주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고위관계자의 이같은 발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신용위기 사태로 미국이 몰락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중국이 과연 자국의 성장을 유지하면서 선진국을 지원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능력이 있는가부터 문제다.
청스웨이(成思危)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와는 상반된 발언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지난주 청 부위원장은 금융포럼에 참석해 금융위기속 중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세계 경제에 있어 중요한 공헌이라면서 중국은 '영웅 미국 구하기'를 할 수도 없고 할 능력도 없다고 말했다.
청 부위원장은 중국이 여전히 일개 개발도상국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3위라고 한들 고작 세계 6%를 차지할 뿐이며 1인당 GDP는 세계 100위 내에도 들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중국이 부담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의 국력과 발전 정도에 상응하는 책임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기 속 중국의 역할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 책임 분담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굳혀나가고 있고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도 금융위기를 통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적인 경제강국에 앞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있는 국가로서의 덕목을 먼저 갖추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 위원장의 자성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중국은 선진국 지원 여부에 앞서 '가진 자의 오만'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발언을 할 여유가 있는지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오만한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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