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은행권 대출 기피에 자금확보 '비상'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자금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은행 및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 2금융권까지 찾아가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고 있으나 외면당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금융권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는데다 정부의 중소기업 및 건설사 대출 확대 압박으로 대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기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들은 한계 상황에 도달,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부도에 직면하는 대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조사 결과 대기업의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 10월에 75로 전월의 81에 비해 6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월별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기 악화에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대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은 급격히 나빠졌다.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30대그룹 계열 164개 상장기업(금융회사 제외)의 차입금을 조사한 결과 9월말 현재 49조62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7% 급증했다.

실제 전체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9월 3조2000억원에서 지난달 5조원으로 증가했다.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자금경색으로 인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대기업들이 은행에 손을 벌리는 상황이다.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9월말 7.76%에서 이달 14일에는 8.83%까지 1.07%포인트나 뛰었고, 91물 CP 금리도 9월말 6.67%에서 이달 4일 7.39%까지 급등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자금 조달처를 은행으로 바꾸고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인 한도성 대출을 크게 늘렸다.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대기업조차 한도성 대출을 받아 예금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기업 대출 수요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늘었다며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9월 2288억원에서 10월 5725억원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으나 이달 19일 현재 2190억원에 그쳤다.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도 10월 2조7840억원에 달했으나 이달 21일 현재 7960억원으로 증가 폭이 3분의 1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대일부 대기업들은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 외에 대형 대기업들도 은행에서 돈을 조달받기 못해 저축은행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도 위험 관리 차원에서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있는 우량 기업에 한해 대출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기자본의 20%이상을 동일인에게 대출하지 못하게 돼 있다. 대형 저축은행도 자기자본이 2000억원 수준이어서 최대 대출 한도가 4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기업에 필요한 자금 수요를 저축은행이 감당하기는 어렵다.

저축은행들의 10월말 기준 총수신은 58조5000억원으로 9월말에 비해 1조3383억원 늘었지만 총여신은 54조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6424억 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융권은 아직까지는 대기업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금 사정이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만큼 상당수 대기업이 자금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대기업도 자금난에 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있는 우량기업을 가려내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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