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위기 사태로 글로벌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달러의 강세 지속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신용위기의 근원지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통화인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지만 달러의 추가적인 강세는 힘들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美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불안=달러 전망에 비관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사상 최악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소매판매와 고용시장 등 미국 경제를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들이 일제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신용위기 사태의 개선 신호가 포착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달러가 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
포어캐스트 Pte의 리 웨이 턱 외환 투자전략가는 "지표들이 미국 경제의 침체 리스크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달러는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을 반영하듯 달러는 유로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주 1.25달러대 후반에서 씨티그룹 구제안이 공개된 24일에는 1.29달러대로 올라섰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 역시 지난주 후반 2006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87선으로 하락했다.
한편 달러는 엔에 대해서는 상승세다. 미국증시가 이틀 연속 급등세를 연출하면서 엔캐리트레이드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 결과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97엔대를 기록했다.
◆부동산 회복 요원...주택가격 2004년 이후 최저=전문가들은 특히 신용위기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 달러의 모멘텀 형성은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기존주택판매는 10월 들어 연율 498만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월가가 예상한 500만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중간 주택가격 역시 18만3300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3% 하락했다. 이는 2004년 3월 이후 최저치다.
미국의 간판 금융기업 씨티그룹이 결국 2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는 사실도 달러 약세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등 월가를 대표하는 금융기관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가운데 씨티그룹을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등 각각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경제는 물론 달러의 전망에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유로권 경제 역시 미국 못지 않게 불안하다는 사실은 유로화 전망에도 먹구름을 짙게 하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 기업들의 신뢰도가 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미즈호기업은행의 요시다 노리후미 부사장은 "유로존 최대 경제구역인 독일의 경제지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면서 "유로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엔화 전망은 밝은 편이다. 유럽과 미국 증시가 반등했지만 금융위기 사태의 회복 조짐이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엔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청산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엔화 강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탠더드 차터드의 토마스 하르 선임 외환 투자전략가는 "경기침체 리스크와 (엔화) 송금이 중요한 2가지 요소"라면서 "향후 3개월 동안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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