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대주단에 주어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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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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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100대 건설회사 가운데 24개사가 대주단에 일차로 가입했다.

말 그대로 우여곡절 끝이다.

대주단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한 설명회에서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마감시한은 없다고 공언한 지 불과 일주일만에 벌어진 일이다.

한 발 나아가 금융위원회는 1차 마감시한인 24일까지 협약에 가입하는 건설업체는 우대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아예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대주단 가입을 강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주택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지난 21일 소속 회원사들에게 청와대 지시라며 1차 시한인 24일까지 대주단에 가입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공문을 받아 든 건설사들은 "청와대가 나서서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것이 아니냐" 하며 진위파악을 하느라 바쁜 주말을 보내야 했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주택협회가 23일 청와대 지시는 없었으며, 담당 실무자가 대주단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빚은 실수라며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뒷 맛은 영 개운치 않다.

이쯤되면 '대주단 자율협약'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대주단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이렇게 난리를 쳤는지 생각해보자.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겪는 건설사들에게 대출금 상환 연장 등의 지원을 통해 살릴 기업은 살리겠다는 것이 대주단의 취지라는 것을 모르는 건설사는 아무도 없다.

문제는 취지에 걸맞게 그동안 대주단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난리까지 쳐야 했던 것은 아닐까.

건설사들에게 우대조치 운운하면 가입을 종용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일이다.

"대주단을 통해 자연스럽게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올바른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시행 과정에 있었다. 전략은 있었지만 전술은 하나도 없었다"

한 건설업체 임원의 푸념이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앞으로를 위해서도 고쳐야 한다. 그래야 2, 3차 추가로 가입하려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이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구조조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명확해야 한다.

지원대상이 되는 건설사 기준은 무엇인지, 대출 만기는 어떻게 해주고 신규 자금지원은 어떤 조건에서 해주는지 등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

또 공언한대로 경영간섭은 진짜 없는 것인지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협약서에 분명하고 명확하게 명시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약속한대로 비밀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금융당국에서 늘 강조했던 것 첨럼 대주단이 살생부가 아니라 상생부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며    대주단에게 주어진 숙제다.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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