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리포트] 러시아, 위기의 부동산 시장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8-11-26 10:2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러시아 부동산 시장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부도 위기에 몰린 러시아 대형 건설업체 시스테마할스는 지난주 국영 대외무역은행(VTB)에 구제금융 7억 달러를 요청하고 나섰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은행들이 부동산 개발자금 대출을 거절하거나 연간 25%의 대출 금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아파트
모스크바는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주택건물의 80% 이상이 재건축 대상이다.

시스테마할스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이탈해 나감에 따라 자금 조달 창구를 잃게 됐다. 최근 두 달 사이 주가가 3분의 1로 떨어진 이 회사는 결국 구제금융을 지원 받는 대신 회사 주식 50%를 VTB에 넘기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국내 은행들이 대출 업무 일체를 중단했으며, 부동산 개발업자에 대해 사업의 무기 연기와 국내외 증시 상장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최대 건설 그룹인 미락스(Mirax) 관계자는 “추가적인 사업 확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건설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체들은 급증한 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인 미락스 역시 금리가 연 25%로 치솟자 예정된 사업들을 무기 연기했다. 또 자금난을 겪는 사업체를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중소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5개의 쇼핑몰 건설계약 중 3곳의 계약이 무산돼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업체도 있다. 정부가 40억 달러를 들여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흑해리조트 사업도 대폭 수정했다.

부동산 전문업체 Paul's Yard의 파블로 즈드라도프스키 대표이사는 “부동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고 디벨로퍼들은 하향조정된 가격으로 대출금 상환이 가능한 경우에만 집을 판매할 것”이라며 “전대차를 할 수 없는 부동산 업자들은 투자금액을 잃게 되고 덤핑가격의 보증금은 채권자에게 전달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거래 방식은 부동산 업자들을 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는 타개책으로 지난 10월부터 시작됐으며 12월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모스크바 고급아파트
부동산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고급 아파트의 수요 증가세는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건설협회 블라디미르 포노마레프 부회장은 “이번 금융위기로 대형 건설사들은 아파트 한 채도 팔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 가격이 이미 30%까지 하락했고 더 떨어지면 부동산 시장이 붕괴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 월가발 금융대란은 러시아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메드베네프 정부가 내세웠던 저가 주택 정책마저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옛 소련시절 지어진 낡고 허름한 아파트를 재개발해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현재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주 금융시장에 600억루블을 투입, 건설경기 부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와 건설회사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머징 마켓의 대표적인 국가로 부동산 시장은 91년 시장개방이후 활성화됐으며 98년 국가적 모라토리움 이후 침체 상황에 놓였다. 2000년 이후에는 오일머니가 대거 유입됨에 따라 경제고성장 신토지법이 발효되면서 2단계 활황기를 맞았다. 2007년까지는 연평균 10%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연방인허가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약 11만개의 건설사가 존재하며 지역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1990년대 민영화된 국영기업이다. 이 가운데 80%가 영세한 중소기업들이고 상위 5개사가 7%를, 상위 6~100개사가 26% 미만, 외국계 업체가 1~2% 미만으로 716개에 이른다. 2013년까지 건설업체는 5만개 수준으로 대폭 정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8년 상반기 모스크바 주의 신축 주택가격은 2,663달러/㎡이며 2005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2.7배 상승했다. 최고가는 8,776달러/㎡로 최저가인 1,172달러/㎡의 7.5배에 달해 자산가격급등과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모스크바 주의 토지가격은 토지의 용도, 위치, 규모에 따라 결정되나 명확한 기준이 없고 거래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해 토지매매 리스크가 존재한다. 2008년 상반기 이후 주택가격 급등과 투자 및 실수요층의 수요가 감소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경제 및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높은 투자가치로 인해 고급 아파트의 수요 증가세는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스크바 시는 2008년에 유럽 27개국 가운데 부동산 투자매력도가 1위인 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시 내부에는 호텔, 백화점, 오피스 등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며 서유럽국가의 건축수익률(8~10%)보다 높은 12~16%의 투자수익률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자본의 건설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모스크바 시내전경
투자매력도가 높은 모스크바 시도 세계적인 경기 위축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러한 투자매력도의 증가는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8년 1/4분기의 부동산 유입자본 규모는 약 2억3800만 유로에 이른다.

극동러시아 지역은 최근 정부의 극동개발 계획 수립과 에너지 및 농업, 물류에 대한 관심이 향상됐으며 대도시와 유전개발지역의 도시에서 부동산 개발 수요가 크다.

중앙러시아지역인 모스크바는 주택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며 전원주택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건물의 80%가 재건축 대상이거나 고가로 인한 구매층이 제한돼있고 이로 인해 향후 부동산 거래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임대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토지공개입찰시 지자체 기부채납 비율이 30% 이상으로 부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롯데건설이 백화점과 오피스 건설 부문에 진출해있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