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의 혼란이 실물경제의 타격으로 본격화되면서 갈수록 어려움에 빠지고 있다.
미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심각한 소비위축의 영향으로 당초 발표보다 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수출대국 독일도 3분기 수출이 감소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유로존과 일본이 2분기 연속 GDP가 감소하는 기술적 경기침체에 들어선 가운데 미국도 빠르게 경기가 하강하면서 사실상 경기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선진 경제권의 침체에 따른 신흥시장의 타격 등으로 세계 경제가 더 큰 고통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주요 경제권 경기침체 진입 = 미 상무부는 25일 3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달 말 발표한 -0.3%에서 -0.5%로 하향 조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마지막으로 경기침체를 겪었던 2001년 3분기의 -1.4% 이후 가장 낮은 것이어서 미 경제가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악화로 빠르게 침체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GDP 감소는 금융위기와 신용경색, 주택가격 하락, 실직사태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데 따른 소비 지출 감소가 주도해 소비자들의 가계사정 악화에 따른 심각한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3분기 소비지출은 3.7%나 감소해 당초 발표됐던 3.1%의 감소폭을 크게 넘어섰다. 이 같은 소비지출 감소는 1991년 이후 처음이자 1980년 이후 최대의 감소폭이어서 소비 위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가구 등으로 대표되는 내구재 소비지출은 15.2%나 줄어 당초 발표됐던 14.1%의 감소폭보다 커지며 198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 경제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이같이 위축되면서 향후 소비위축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및 이로 인한 감원이 다시 소비위축을 불러오는 장기간의 깊은 경기침체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조한 3분기 성장률로 볼 때 4분기에는 경기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미국이 사실상 경기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뱅크오브 뉴욕-멜론의 전략가인 마이클 울폴크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기술적 경기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생각된다며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출대국 독일의 수출이 둔화되고 투자가 위축되면서 독일 경제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 경기침체 진입을 공식화했다.
독일 통계청은 이날 3분기 GDP가 전 분기에 비해 0.5% 감소했다는 지난 13일 잠정 발표결과를 최종 확인하면서 수출이 0.4%, 설비투자가 0.5%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독일의 성장동력인 수출과 설비투자 위축은 앞으로도 경제전망이 더 어두워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가 지난 14일 잠정 집계한 유로존 3분기 GDP 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0.2%를 기록, 2분기의 -0.2%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졌음을 보여줬다. 유로존의 경기침체는 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일본도 지난 17일 발표한 3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를 기록해 2분기에 이어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 경기침체에 들어섰다. 일본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2001년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 내년 전망 더 암울 = 세계 주요 경제 관련 기관들은 잇따라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는 등 어두운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이 가파른 경기 하강 국면에 들어가면서 중국 등 신흥시장 경제성장도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위축되면서 25년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을 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는 '2008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30개 회원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0.4%로 제시했다. 올해 회원국의 성장률은 1.4%로 예상했다.
OECD 회원국 중 미국은 내년에는 마이너스 0.9%의 성장률을 보이고 유로존 지역과 일본도 내년에 각각 마이너스 0.6%와 마이너스 0.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전날 발표한 아시아태평양지역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3.5%에서 1.5%포인트 낮아진 2.0%로 전망한 것을 비롯해 중국과 인도,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도 중국의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9.2%에서 7.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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