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대주단 자율 협약 가입을 두고 잇달아 혼선이 빚어져 대주단 협약이 오히려 건설업계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혼란은 대주단 협약의 성격이 모호해지면서 심화되기 시작했다. 대주단은 지난 4월 은행과 건설사들이 함께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자율기구로 출범했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의 부실 위험이 커지자 금융권의 동반 부실을 우려한 정부와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하면서 대주단의 자율성이 희미해졌다.
특히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41위인 신성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하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적극적으로 건설업계의 대주단 협약 가입을종용하고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실제로 건설사들의 협약 가입을 압박해왔으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대주단이 자율기구라는 점을 들어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주단과 관련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쉬쉬하고 있는 상황에서 1차 마감이니, 인센티브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 혼란스럽다"며 "압박은 느끼고 있지만 누구 하나 나서 속 시원한 얘기를 안 해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대주단 협약 가입을 종용해 온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일례로 대주단 협약 가입 신청 1차 마감 시한이 11월 24일로 알려진 가운데 1차로 신청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게 대표적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대주단 협약에 1차로 신청한 건설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은행연합회가 지난 18일 대주단 협약 설명회를 열고 "별도의 가입 시한은 없다"고 밝힌 것과 다르다.
금융위 측은 1차 마감 시한을 24일로 못박은 것은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전 위원장의 발언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눈치를 봐야하는 건설사들만 전전긍긍할 뿐이다.
인센티브와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된 게 없다. 전 위원장은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인센티브와 관련 "협약에 일찍 들어오게 되면 채권단 은행에서 추가 자금을 지원할 여지가 더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참여하는 것보다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대주단 협약 자체가 민간 차원의 자율협약인 만큼 정부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가입에 따른 별도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주단 심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정부가 공개적으로 나서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현수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단 협약에 가입 신청한 업체가 20여개에 불과한 것은 자율 협약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으로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자구노력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거둬 내기 위해선 결국 정부가 나서 선봉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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