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커미션 주며 대출장려, 환율 오르자 안면 바꿔
억지 가입한 변액보험, 주가 폭락에 손실 '눈덩이'
주요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에 엔화대출을 알선한 보험설계사와 독립법인대리점(GA) 소속 모집인들에게 커미션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보험설계사와 GA 모집인들은 저금리 대출을 소개해줬다는 것을 빌미로 대출자에게 보험 가입까지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은 대출을 중개해 준 보험설계사와 GA 모집인들에게 대출금액의 0.2% 혹은 일인당 200만원 가량의 커미션을 제공하는 등 엔화대출 판매에 주력해왔다.
지난 2005~2007년 한국은행이 일본에서 저금리(0.5%)로 들여 온 엔화를 은행들이 대출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다.
무리하게 대출을 늘린 탓에 실제 대출 과정도 엉성했다. 담보만 있으면 사업장의 제무제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해줬다.
기업은행에서 엔화대출을 받은 한 무역업체 대표는 "대출 가입 조건이 원화대출보다 덜 까다로웠다"며 "도장만 맡기면 은행 영업점에서 서류 작성 등 필요한 작업을 모두 대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후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원·엔 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는 등 일년새 환율이 2배 가까이 폭등하자 대출 원금과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환율이 오르자 은행들은 만기 상환시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담보가 없는 대출자에 대해서는 금리를 더 높였다. 또 만기 연장을 해주면서 은행 적금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등 이른바 '꺾기'를 자행하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을 증폭시켰다.
엔화대출 가입시 대출을 알선해 준 보험설계사나 GA 모집인들의 권유로 계약한 보험상품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엔화대출자가 가입한 상품은 대부분 변액 유니버셜 보험으로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원금 손실까지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엔화대출 피해자 모임의 정 모 대표는 "보험설계사가 저금리 상품을 소개해 준 대가로 차액 만큼 보험을 가입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정액 지급되는 연금보험 가입을 원했지만 설계사가 임의대로 변액 유니버셜 보험에 들었는데 이제 와 주가 급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재호 김유경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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