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속에 보낸 지난 1년은 한국이 일본에게 '소중한' 나라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양국간 정치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민간 차원의 교류가 진전되고 있다는 것과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시게이에 토시노리 주한일본대사는 국내 언론으로는 최초로 아주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년간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말해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등 양국간 민감한 사안과 관련 속앓이를 했음을 내비쳤다.
부임 2년째를 맞은 시게이에 대사는 한·일·중 3국은 폭넓은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면서 6자회담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신용위기에 대해 시게이에 대사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국제 금융기관의 역할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시아의 용'에서 세계 경제의 주축으로 도약한 중국에 대해서는 양국간 '전략적 호혜관계'의 구체화를 통해 상호 필요한 파트너라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다음은 시게이에 대사와 가진 일문일답.
사진: 시게이에 토시노리 주한일본대사는 아주경제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간 긴장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한·일·중· 3국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
-한·일·중 3국이 주축이 되는 동북아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동북아 시대의 방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한・일・중 3국을 합치면 인구가 약 16억, 경제규모는 약 8조 6000억 달러에 이르러 우리 3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큰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습니다.
한・일・중 3국이 여타의 관련국들과 협력하면서 상호이해에 바탕을 둔 정치적 신뢰와 장래의 모습을 공유하고 지역 전체의 안정과 발전이란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간 3국 정상은 매년 ASEAN+3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금까지 8차례의 한・일・중 정상회의를 갖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는데 오는 12월 13일에는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처음 단독으로 한・일・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회담 개최를 계기로 한・일・중 3국이 폭넓은 분야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용위기 사태와 함께 최근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엔화 강세 및 주가 하락이 급격히 동시 진행되고 있고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실물경제에 대한 악영향 및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비율을 통한 융자 대응력 저하 우려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인 가운데 일본에 대해서도 대응을 요구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일본의 금융기관은 상대적으로 나은 실정이라고들 합니다만, 실물경제 면에서는 대미수출 등이 둔화되고 있고 기업 이익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 1%, 연율 0. 4%로 2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었습니다.
10월 30일 금융대책을 포함한 총 27조엔 규모의 추가경제대책이 발표됐는데, 그 중에는 ‘정액 급부금’(총 2조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융대책으로는 금융기능강화법 개정이 포함되어 있어 현재 국회에서 심의중입니다.
이로써 필요한 경우에는 공적자금을 금융기관에 투입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일본은행은 10월 31일 기준금리를 0. 2% 인하했습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발 신용위기 먹구름이 쉽게 걷히지 않고 있습니다. 동북아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세계경제는 최근 1930년대 이후로 가장 중대한 금융 쇼크에 직면해 심각한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고 아시아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협력이 중요해졌습니다.
G20금융정상회의 개최 전인 11월 6일에는 2명의 총리 특사 교텐(行天), 노가미(野上) 씨가 방한하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회담을 갖고 한일 공조의 중요성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11월15일 G20금융정상회의에서 일본은, 첫째로 IMF 강화의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증자 협력을 천명했습니다. 둘째, IMF가 중소국 및 신흥시장 국가들에 대해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IMF에 최대 1000억 달러를 융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나카가와(中川) 재무대신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15일 도상국의 금융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은행자본증강 펀드의 설립에 합의, 앞으로 3년간 30억 달러 규모의 사업비가 조성될 이 펀드에는 일본국제협력은행에서 20억 달러를 출연할 예정입니다.
한・일・중 재무장관회의도 이루어져 3국간의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특히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의 다자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기로 합의, 한일중의 3국간 스와프 협정의 규모 확대를 검토한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들 과제에 대해서는 11월 26일 도쿄에서 있은 한・일・중 재무성・중앙은행・금융감독 당국간 워크숍과 12월 13일 후쿠오카에서 열릴 한・일・중 정상회담 등에서도 계속 검토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안전 자산 선호 심리와 함께 엔화의 강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일본 자본이 국제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계경제의 악화는 일본에게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세계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에서만 일본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현재 혼미가 깊어지고 있는 국제금융질서가 가급적 빨리 안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본의 기본입장입니다.
세계경제가 악화되는 가운데 일본경제나 엔화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세계경제의 회복이야말로 일본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속에서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6자회담을 비롯해 동북아 정세가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한 일본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6자회담은 북한 핵문제에 대처함에 있어서 가장 현실적인 틀입니다. 2005년 9월 채택된 6자회담 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 및 기존의 핵계획을 포기하는’ 것이 그 목표로 명기돼 있습니다.
이 공동성명의 완전한 실시를 위해, 북한을 포함한 6자는 노력해나가야 합니다. 일본정부로서는 계속 미국, 한국, 중국을 포함한 관계국들과 공동으로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도모해 나가고자 합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 후쿠다 전 총리의 노력과 함께 최근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상당한 개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향후 일본의 대중정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전망입니까.
▲금년 8월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이 눈부신 활약을 한 것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일중관계에 대해서는, 1972년의 국교정상화 이후 각 분야에서의 양국 간의 교류와 협력은 꾸준히 확대・심화되고 상호 의존도가 더욱 높아져, 일중관계가 양국에게 가장 중요한 2국간 관계의 하나가 되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30년 전에는 연간 4만명 정도였던 일중 간의 사람 왕래가 작년에는 5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정상 차원의 왕래도 긴밀해서 2007년 12월 및 2008년 8월에는 후쿠다(福田) 당시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고, 2008년 5월 및 7월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양국 정상은 양국 간의 ‘전략적 호혜관계’의 구체화를 통해 아시아와 세계의 보다 나은 미래를 양국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일중 관계가 걸어야 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2008년 10월에는 아소(麻生)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가지고 ‘전략적 호혜관계’의 추진을 확인했습니다.
일・중 양국은 상호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로서 서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하고 협력함으로써 진정한 ‘전략적 호혜관계’를 구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한 대사로 부임하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하신 소감과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대해 어떻게 느끼십니까.
▲작년 9월 부임했습니다만, 한국은 일본에게 ‘소중한’ 나라로 책임이 크다는 것을 통감하면서 긴장 속에 보낸 1년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양국 시민차원의 왕래와 교류가 크게 진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년 동안의 가장 크고 또 기분 좋은 발견은 우리 양국 사람들이 뜻밖의 곳에서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고 이것이 한일관계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간 한국 분들이 매우 친절히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대한 인상은 한국인들 스스로 말하듯이, 역시 다이내믹하다는 것입니다. 경제의 역동성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또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게 여깁니다.
-한일관계의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해주신다면.
▲상호이해를 더욱 추진,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입장이나 견해 차이를 넘어서서 한일관계 전반을 증진시키고 싶습니다. 차이 때문에 관계 전체가 정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양국이 함께 대국적인 견지에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양국의 지리적・경제적 관계에 비춰볼 때 한일의 협력은 필연적입니다. 한일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이 지역의 협력 진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양국이 협동 협력하여 추구해간다면 큰 이익이 될 공동이익이 존재합니다.
이를 통한 공동의 이익으로는 가령 경제 분야를 들 수 있습니다. 기업 간의 관계에서는 경쟁관계의 측면도 있지만 한일의 기업이 협력하는 것이 쌍방에게 유익한 경우도 많다고 봅니다.
경제제휴협정(EPA)은 이러한 한일 경제협력의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또 이미 시작되었지만 개발도상국 원조 분야에서도 협력해갈 수 있습니다.
-아주경제가 창간 1주년을 맞았습니다.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아주경제의 창간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주경제는 한국 최초의 중국어 경제신문으로 창간되어 3월부터는 한국어판도 발행하는 등 착실하게 구독층의 확대를 꾀해 오셨습니다.
영문판 발행과 더불어 장차는 일본어판을 비롯해 글로벌신문으로 도약할 계획이라는 말씀을 듣고 우리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역내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주시기를 바라며, 아울러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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