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는 자전거전용도로의 설치기준이 각 자치구마다 모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전거도로로 출퇴근 하기에는 도로가 중간중간에 끊기는 일이 많아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차라리 도로로 달리는 게 더 편할 정도"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조성된 강동구 천호동 천호역 인근 자전거도로는 차도를 한차선 줄여 왕복차선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도와 차도 사이에 있어 자동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와 차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자전거도로를 거쳐야만 하기 때문에 전용도로 이용객들은 자동차가 나올때마다 피해야만 했다. 또 노면도 고르지 못해 자칫 사고를 당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었다.
인근 주민인 김해영(28·여)씨는 "매일 아침 전용도로가 설치된 길을 따라 출근하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본 적은 거의 없다"며 "간혹 노인들이 자전거로 지나다 주차장을 나서는 차량과 부딪힐뻔 하기도 한다. 아찔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영일(30)씨도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출근을 해본 적이 있었지만 어느 지역은 인도에, 어느 지역은 차도에 조성돼 있는 자전거도로 때문에 내렸다 탔다는 반복했다"며 "그 후로는 자전거로 출근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자전거도로를 만들기 위해 차도가 아닌 인도를 줄이는 곳도 있었다. 동대문구 용두역 인근 한 아파트 단지 앞 인도는 최근들어 1m가량 폭을 줄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면서 저렇게 인도를 줄이고 있는데 그나마 지금 있는 인도도 가로수가 있기 때문에 이 곳을 지날때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광진구 중곡동~어린이대공원~지하철2호선 건대입구역(2km)을 잇는 자전거도로는 아예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었다. 녹색 우레탄이 깔려 있는데다 자전거도로 표지가 엄연히 설치돼 있지만 자전거 이용자는 없기 때문이란 것이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었다.
이인엽(31·능동)씨는 "자전거도로가 생긴지는 한 2년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자전거가 다니지 않으니 사람들이 산책로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지영(27·여)씨도 "우레탄이 깔려있어 아기와 함께 자주 걷는다"며 "인도에 설치돼 있어 산책로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3km 길이의 자전거전용도로를 완공한 마포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곳에는 연남동에서 시작해 경성고등학교~성서초교~망원시장~한강시민공원을 잇는 폭 2.0m 규모의 자전거도로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확보한 자전거도로를 인도 높이로 조정했기 때문에 바닥에 표시를 보지 않으면 전용도로와 인도는 구분이 쉽지 않다. 더욱이 아파트 인근 전용도로는 조경 차원에서 인도에 나무를 1.5m간격으로 배치해 사실상 인도의 폭은 사람이 지나기엔 지나치게 좁았다.
상가나 골목 앞에서는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게 자전거도로의 높이를 낮춰두긴 했지만 7cm정도의 턱이 있는 곳도 있었다. 마을버스 정류소와 자전거전용도로가 맞닿아 있어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과 자전거가 아찔하게 비껴나가기도 했다.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시작되는 횡단보도엔 보행자들이 자전거가 다니는 길에 서서 신호를 기다려야만 했다.
망원동에 거주하는 김보련(41·여)씨는 "자전거전용도로는 보행자를 위한 것도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것도 아닌 양쪽 모두에게 위험한 도로"라며 "마포구청에 민원을 제기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다 다친 적이 있다는 김도현(22)씨도 "자전거전용도로로 다니는 행인을 피하려고 자전거에서 몇 번씩 내리는지 모른다"며 "심지어 차도로 피한적도 있다"고 말했다.
구로구 신도림십자로(신도림역~십자로 2.9km)에 조성된 자전거도로의 경우 이 곳이 자전거도로인지 아는 주민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보행자 겸용도로로 운용되는 데다가 바닥에 도료표시조차 돼 있지 않아 인도와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자전거도로인지 되묻기까지 했다.
대학생 안상준(27)씨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인도 전체를 구분없이 다녀 이 곳이 자전거전용도로인 줄 몰랐다"며 "보행자들 사이를 자전거가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전거도시 시범구로 지정된 서울시 송파구도 마찬가지였다. 잠실에서 양재까지 양재천을 따라 출퇴근한다는 김형욱(29)씨는 "인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중간중간 끊기는데다 보행자들로 가득 메우고 있어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또 "사실상 좁은 차도와 인도 사이를 '곡예운전'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현재 자전거는 차도에서도, 인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자전거도로가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10월 21일 자전거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자전거전용도로에 대한 설치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에는 2012년까지 '도로 다이어트' 방식으로 청계↔천호축과 시청↔시흥축을 비롯, 도심으로 진입하는 4개축 70㎞와 동서 및 남북 지역을 연결하는 13개축 137㎞ 등 17개축 207㎞의 자전거전용도로가 조성된다.
권영은·차현정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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