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해운사가 탄소배출이 심각한 벙커C유를 선박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유선박이 총770여척으로 대부분 95% 이상의 배가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벙커C유는 정유사에서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쓰레기기름’으로 탄소함량이 85% 이상 들어있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런 측면에도 불구하고 선박제조부터 사용까지 배에 벙커C유를 쓰는 이유는 경제성과 열량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석유시장분석실장은 “큰 배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값싼 것과 높은 열량을 동시에 생각하다보니 벙커C유 투입에 적합하도록 선박을 만들고 있다”며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배럴당 수십달러 저렴하지만 저탄소 방향을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운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770여척 가운데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은 전체 2% 정도로 청정연료 겸용 LNG선이 15척 정도에 불과했다.
한진해운 허만영 부장은 “선박의 벙커C유를 교체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세계 공통 관심사”라며 “청정연료로 선박을 돌릴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고 내부적으로도 녹색성장에 기여할 만한 부분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황성민 차장은 "선박속도 등을 조절해 공해가 덜 유발하도록 친환경 부분을 생각했지만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벙커C유 사용여부는 개별회사에서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각 국가나 선박협회 차원에서 논의가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운사별 총선박 대비 LNG선 보유현황은 한진해운이 총220여척 중 4척에 그쳤고 현대상선은 총145척 중 7척, STX팬오션은 총300여척 중 1척, 대한해운은 총32척 중 8척, SK해운은 총20척 중 5척 정도로 친환경 선박 수가 극히 미미했다. 흥아해운은 총40척 중 LNG선이 없는 상태였다.
그린에너지는 환경과 자원문제는 물론 국가와 기업의 성장동력과 차세대 먹거리까지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해운사들은 탄소를 싣고 전세계를 누볐다.
한국은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2013년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감축 의무대상국으로 지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일정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못한다면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는데 이것은 국부유출과 신무역장벽을 동시에 떠안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시훈 책임연구원은 “벙커C유는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원유의 마지막 정제단계의 연료”라며 “값이 저렴한 대신 탄소함량이 높아 환경에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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