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은 일요일, 석가탄신일, 현충일, 광복절은 토요일..."
2008년 무자년(戊子年)을 한 달여 남겨둔 30일. 회사원 정모(34)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최근 거래처에서 받은 2009년도 달력을 한장 한장 넘겼다.
하지만 내년 달력 12장을 천천히 넘겨 본 정씨는 직장인의 '활력소'인 공휴일 대부분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는 바람에 내년도 달력에서 '빨간 날'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정씨는 내년도 달력을 아예 사무실 서랍 제일 안쪽으로 밀어넣어 버렸다.
정씨와 같은 주5일제 근무자를 기준으로 내년에 '쉬는 날'은 토ㆍ일요일을 포함해 모두 110일. 대부분의 국경일과 법정 공휴일이 토ㆍ일요일과 겹쳐 실제로 월∼금요일 중에 '빨간 날'은 고작 6일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3일에 불과했지만 설날(2월7일)이 목요일이어서 전날인 수요일부터 5일간 여유로운 연휴를 보낼 수 있었고 어린이날(5월5일)과 석가탄신일(5월12일)은 월요일, 현충일과 광복절, 개천절은 금요일이어서 토요일 및 일요일과 함께 연휴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의 경우 설(1월26일)은 월요일이어서 설 연휴 중 하루를 이미 까먹고 시작한다. 심지어 3.1절은 일요일, 석가탄신일(5월2일)과 현충일, 광복절은 토요일이다.
추석(10월3일) 역시 토요일이어서 추석 연휴가 금∼일요일 3일에 불과하고 더욱이 개천절과 추석이 같은 날이어서 공휴일 하루를 '손해' 보기까지 한다.
그나마 '배려심 깊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근로자의 날(5월1일)에 쉬거나 하루 연차를 내 석가탄신일(5월2일.토)과 어린이날(5월5일.화)을 전후로 최대 5일까지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유일한 희망이다.
이처럼 '우울한' 기축년(己丑年) 달력을 받아든 직장인들은 이미 기운이 쭉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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