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이의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하는 북한의 ‘12.1 조치’에 따라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상주인력의 철수가 30일까지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인력 감축으로 위축된 개성공단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개성공단은 이제 고사(苦死)상태로 빠져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30일, 남측 철수대상 전원 복귀 =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현재 개성에 남아 있지만 철수대상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오늘까지 전원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북측으로부터 내일 이후에도 머물 수 있도록 통보받은 우리측 개성공단 인원은 현재까지 1700여 명으로 전날보다 다소 늘어났고, 상주 인원에 대해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개성관광 및 남북철도 운행 중단, 경협협의사무소 폐쇄를 통보했다. 또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경우 상주인력의 50%, 현대아산 협력업체는 30%, 생산업체는 ‘경영에 극히 필요한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력에 대한 철수를 요구했다.
◆개성공단, 파행운영 ‘불가피’ =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에서 당장 생산이 중단되는 일은 없겠지만, 생산품 반출이나 통관 문제 등에서 파행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1일부터 남북간 육로통행 시간대와 시간대 별 출입 가능인원이 대폭 축소돼 개성공단의 생산품 및 원자재 반.출입에 큰 불편이 초래될 전망이다.
북한의 ‘12.1 조치’에 따라 경의선 도로를 통한 방북 횟수가 오전 9, 10, 11시 등 하루 세차례(현재 12차례)로 줄어들고 매 시간대 출경가능 인원과 차량도 250명과 150대 이하(종전 500명.200대 이하)로 감축되고, 복귀 횟수도 오후 3, 4, 5시 등 하루 3차례(현재 하루 7차례)로 줄어들고, 인원 및 차량 수도 같은 폭으로 감소된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당장 생산공정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출입통제로 인해 생산품 및 원자재의 반출입에 큰 지장이 초래할 것”이라며 “또 생산과정에서 불량률이 높아질 것이며, 작업공정 복구, 기술교육 등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한경기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개성공단내 주문량이 줄어들 것이고, 기숙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개성공단내 입주기업들이 원하는 20대 북측 여성노동력 확보가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단, 남북 무관심 속 ‘고사’ = 나아가 전문가들은 별도의 ‘개성공단 사업 중단’을 선언하지 않더라도 추가적 통행제한, 육로 완전차단, 노동력 공급 중단, 입주기업 철수 등 일련의 과정을 밟으며 자연스레 공단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한 대북관계 전문가는“현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는 미국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도 이에 추가적으로 남북간 육로 완전 차단, 노동력 공급 중단 등의 강경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개성공단 운영으로 북한이 벌어들인 이익은 연간 근로소득인 3천만불에 지나지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북한 당국이 가져간 이익은 2천만불 이하일 것이고 이런 경제적 이익은 북한의 전체 경제규모를 봤을 때 극히 일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한과 북한 모두 개성공단의 경제적 효과를 낮게 보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무관심 속에 개성공단은 자연스레 고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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