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건설위기 전이 차단…구조조정 칼바람 몰아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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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3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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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할 기구를 민간에 설치키로 한 것은 올해보다 내년 경제 침체의 정도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실 기업을 조속한 시일 내에 정리하지 않으면 국내 경제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구조조정 기구는 민간 주도로 = 정부는 구조조정 전담 기구를 채권 금융기관 등 민간 주도로 설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처럼 별도 기구를 만들 수도 있고 현재 운영 중인 채권단 협의회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시켜 채권 금융기관 간의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방식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에는 쓰러지는 기업이 속출해 정부가 전면에 나섰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며 "민간 주도로 하되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데 더욱 정교한 평가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 징후 정도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민간 주도의 기구를 통해 회생 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분류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측면 지원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 내년 상반기 고비…부실 털어내기 절실 = 정부는 내년 상반기 들어 기업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별 고용 실적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도 둔화세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실물경기 하강과 고용 불안이 맞물리면서 2차 충격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 기업을 정리하지 못하고 안고 갈 경우 어려움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침체 여파가 건설사와 조선업체에 이어 자동차, 반도체 등 다른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이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돼 빠른 시일 내에 부실 기업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건설업계에서는 대규모 부도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건설사의 대주단 협약 가입을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제2금융권 금융기관들은 건설사들이 대주단에 가입하기 전에 채권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주단 가입 후 1년 동안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전에 유동성을 확보해놓기 위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그럭저럭 넘기더라도 내년 초에는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부동산 매도 압박은 고용 쇼크가 동반될 때 더욱 커진다"며 "올해 3분기에 고금리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1차 충격을 겪었다면 내년 1분기에는 경기 침체와 실업 문제로 2차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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