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철강도 부실 '경계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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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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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금융권이 신용경색과 경기 악화로 기업 부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때 기업의 생사를 판정했던 기업구조조정위원회와 같은 민간 기구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채권 금융기관과 정부가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금융권은 건설업체의 대주단 가입이 저조한 가운데 내년초에 퇴출기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조선업체나 해운,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업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이들 기업 역시 구조조정의 태풍권에 조만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민간주도 구조조정기구 검토
정부는 금융 불안과 실물경기의 침체가 맞물리면서 내년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최근의 글로벌 위기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복합적"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금융이 안고 있는 잠재 부실과 취약 부분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과거 환란 때 활동한 기업구조조정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구조조정위는 당시 채권금융기관 협약을 통해 회계사, 컨설턴트, 구조조정 전문가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돼 채권단 사이의 이견을 조정하며 기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결정했다.

   이 기구는 살아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곳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자금 지원이나 구조조정을 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측면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합동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거나 회생 가능한 기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구조조정도 검토하는 `기업재무개선 지원단'을 만들어 활동에 시작했다. 이 지원단은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는 줄줄이 쓰러지는 기업을 처리하는 것이 시급해 정부가 전면에 나섰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며 "민간 주도로 하되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데 보다 정교한 평가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2금융권 채권 회수 움직임
기업 구조조정 작업은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 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미 신성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C&우방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구조조정은 본격화됐다.

   금융권은 대주단을 통한 건설업체 옥석 가리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봄에는 중소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퇴출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은행의 상환연장이나 신규지원 없이 겨울철 비수기를 버텨낼 만한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건설업체들이 어떻게든 넘기더라도 내년 초에는 쓰러지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며 "그 때가 기업 위기의 절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1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이 달 건설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6까지 떨어졌다. 12월 업황전망 BSI는 11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33을 나타냈다.

   업황 BSI가 100 미만이면 한달 후의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고 100을 넘으면 반대라는 뜻이다.

   최근 저축은행, 종금사 등 2금융권에서는 건설업체가 대주단에 가입하기 전에 채권을 회수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채권 금액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당장 회수가 불가능하지만, 2금융권은 금액이 적으므로 채권이 묶이기 전에 빨리 되찾아가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회수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 조선.자동차.반도체도 흔들
C&중공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조선업종도 기업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쓸릴 것으로 보인다.

   200여 개에 달하는 1차 협력업체들은 물론 1차 협력업체와 연관된 2, 3차 협력업체들도 매출 감소에 따른 인원 구조조정이나 도산 위협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올 하반기부터 조선업체에 대한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데 이어 최근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조선업종을 선별지원 업종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조만간 조선업종 대부분을 특별관리 업종으로 강등할 예정이다. 선별지원 업종은 대출이 10억 원을 초과하면 본점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특별관리 업종은 5억 원만 초과하더라도 영업점에서 전결로 대출해줄 수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별관리 업종으로 변경하는 것은 각 영업점에 조선업의 위험도를 강조하는 선언적인 의미가 있다"며 "영업 전략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하반기 들어 조선업체에 대해 선수금환급 보증을 거의 해주지 않고 있다.

   은행권은 세계 경기 둔화로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력 업종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연구원도 '2009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에서 10대 주요 업종 가운데 철강과 자동차 업종의 내년 생산이 올해보다 각각 5.2%와 5.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은행은 철강업종 중 비철, 알루미늄 제조업을, 자동차업종 중 차체와 특장차 제조업을, 반도체 업종 가운데 LCD와 유사반도체 소자 제조업 등을 우선지원 업종에서 선별지원 업종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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