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시즌이 임박해진 가운데 주요 그룹들에게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떨어진 실물경기와 세계적 경기침체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어 주요 그룹들의 인사폭이 어느정도 수준에 달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 인사시즌이 가까워지면서 인사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폭적인 인사교체가 이뤄질 지 야전경험이 많은 CEO들을 그대로 중용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호황 등으로 사장단교체가 별로 이뤄지지 않았던 삼성의 경우 재직기간이 길었던 장수 ‘CEO’들이 많아 대폭적인 인사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으로 머지않아 경영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위한 주요 경영진 교체 필요성과도 맞물려 있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G그룹도 통상 12월 중하순경에 인사가 단행되지만,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승진인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전자와 화학을 비롯 텔레콤, 데이콤, 파워콤 등 주요 계열사들은 어려운 경제환경에도 불구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실적과 리더십이라는 인사원칙을 보여 온 LG로서는 올 연말 인사에서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 질 전망이다.
올초 SK에너지, SK네트웍스 등 계열사별로 ‘회사내 회사(CIC)’ 제도를 도입한 SK그룹도 CIC사장들이 자리를 옮기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이미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을 현대모비스로 전보시킨 데 이어 김용문 현대차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에 대한 인사조치도 내린 상태다.
또 현대차 윤여철ㆍ최재국 현대차 사장을 부회장으로 발령하는 등 승진 인사도 이뤄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올 연말 인사폭은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거나, 현대차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울러 정몽구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캐피탈 및 현대카드 대표도 취임 2년만에 적자였던 현대카드를 흑자로 돌리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만큼 거취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12월 중순쯤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한진그룹도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인 조현아 상무와 조원태 상무가 승진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현아 상무의 경우 지난 2005년12월 상무보가 된 뒤 매년 승진해 상무A를 거쳐 상무B가 됐고, 장남인 현태씨도 입사 2년만에 상무보를 거쳐 상무A로 승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로 지난 2006년 상무보가 된 박세창씨도 최근 인사를 통해 상무로 승진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연말 인사는 올해의 사업실적이나 향후 경영전략과 연계될 뿐만 아니라, 각 그룹의 고유 사정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인사결과가 나오면 경제위기 상황을 타개할 각 그룹별 복안까지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붕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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