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세종증권 수사…풀어야 할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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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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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 착수 열흘 남짓 만에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 씨를 소환조사하기로 하는 등 건평 씨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조만간 결판 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농협이 휴켐스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소환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농협을 둘러싼 두 수사가 마치 경쟁하듯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7부 능선 넘은 수사 =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지난 19일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을 농협중앙회에 매각한 세종캐피탈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의 닻을 올린 뒤 숨 가쁘게 열흘을 달려왔다.

   검찰은 같은 날 세종캐피탈 김형진 회장과 홍기옥 사장을 체포한 뒤 21일 홍 사장을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홍 사장이 정대근 전 회장에게 50억원,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 씨 형제에게 30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고 정 씨 형제는 24일 구속됐다.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건평 씨가 등장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새 등장인물과 의혹들이 제기됐다.

   검찰은 `정 씨 형제가 건평 씨를 통해 로비를 하겠다고 했다', `홍 사장이 직접 건평 씨를 만났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 수사의 초점을 건평 씨에게 맞췄다.

   여기에 건평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정 씨 동생으로부터 정 회장을 연결해 달라는 연락이 왔지만 묵살했다"고 했다가 "정 회장에게 말이나 한번 들어보라"고 전화했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수사는 더욱 급물살을 탔다.

   이어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정 씨 사위 이모 씨가 30억원을 관리했고 일부가 이 씨 명의의 김해 상가 구입에 들어갔으며 정 씨 형제가 김해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오락실을 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김해 상가가 건평 씨 몫이었는지, 건평 씨가 오락실의 지분을 갖고 영업이익을 나눠 가졌는지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게 있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이 정몽구 회장이 구속됐던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마당발'로 알려진 김재록 씨가 2006년 3월 대검 중수부에 체포된 뒤 단순 로비 의혹에 맞춰지는 듯했던 검찰 수사가 양재동 본사 압수수색으로 이어지면서 비자금 조성 혐의로 정 회장이 구속되고 뇌물수수 혐의로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 `건평씨 몫'과 농림부 로비 = 수사 핵심은 건평 씨가 챙긴 `경제적 이득'이 무엇인가에 맞춰져 있다.

   검찰은 정 씨 형제가 홍 사장으로부터 인수 청탁 대가로 받은 30억원에 대한 계좌추적을 거의 마무리했으며 이 돈에 노씨의 몫이 포함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평 씨 몫으로 의심받는 부분은 정 씨 형제가 운영한 김해와 부산의 오락실.

   이 점포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홍 사장이 이 상가에 5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놓고 올해 이를 해제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검찰이 "수사 사항"이라며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해 오락실 영업 수익이 노씨에게 흘러간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씨 형제는 오락실이 자주 단속돼 이익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이 세종증권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정 전 농협회장이 농림부 고위 간부들에게 로비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농협은 2003년 11월 증권사를 세우려다 2005년 1월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농협의 증권사 인수문제를 두고 감독기관인 농림부가 처음엔 난색을 보였지만 그해 11월 찬성으로 입장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 박연차 회장은 `최대 수혜자' = 검찰 수사의 또 하나의 과녁은 농협의 알짜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 인수한 의혹을 받는 박연차 회장에게 맞춰져 있다.

   박 회장은 농협과 세종증권을 둘러싼 각종 거래의 최대 수혜자로, 그를 둘러싼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정 씨 형제가 세종증권 인수 로비를 벌이던 2005년 6~8월 세종증권 주식 110억원어치를 산 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양해각서가 체결된 날인 같은 해 12월27일 집중 매도해 불과 수개월 만에 178억원을 벌어들였다.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한다는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박 회장은 6개월 뒤인 2006년 6월 휴켐스를 입찰가격보다 18%(322억원) 싸게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세종증권 주식거래 시세차익 50억원을 투입했고 휴켐스 주식 84억원어치를 자신과 가족 등의 명의로 사들이기도 했다.

   특히 휴켐스를 인수하기 6개월 전 정 전 회장에게 20억을 건넨 뒤 다시 되돌려받은 정황이 검찰 수사망에 포착돼 검찰이 휴켐스 인수 사례금 명목인지를 확인 중이다.

   그는 또 홍콩법인을 통한 200억원대 조세포탈 의혹도 사고 있다.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 110억원(197만주)을 실ㆍ차명으로 거래해 178억원의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뒤 증권선물거래소가 이를 조사하고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어 검찰은 이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태광실업 등의 간부와 실무진을 부르고 나서 다음 주께 박 회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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