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은행권에 번지는 구조조정 불안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8-12-04 16:5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외환위기 때가 자꾸 생각나 불안하죠"

4일 인터뷰한 국민은행 모 지점의 40대 행원 곽모씨가 한 숨을 깊이 쉬었다.

곽 모씨는 "구조조정 얘기가 아직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외환위기 때 기업들이 망하면서 은행들이 빨려들어 간 것과 최근 상황이 유사해 불길한 기분이 든다"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위기가 터진 후 모럴해저드 논란으로 마음고생 심했던 은행원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은행권의 희망퇴직이 본격화 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 일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희망퇴직은 매년 상시적으로 있어 왔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그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또 4분기 실적 예상치도 비관적이라 은행이 직접 칼을 뽑아 내부정돈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중 은행 중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시작한 것은 SC제일은행으로 이미 190여 명이 회사를 등졌다. 한국씨티은행도 올해 희망퇴직으로 130여명 정도가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0대 초반의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은 "영업점 통폐합 얘기가 나온 상황서 희망퇴직까지 이어지니 분위기가 어수선해 마음 편하게 회사를 다닐 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최근 은행들이 위기상황이라 IMF 구제금융 당시 회사를 떠난 선배들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며 "당시 나는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은행들은 지점 통폐합과 구조조정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23일 영업점 통폐합을 밝혔던 신한은행의 채수웅 홍보팀장은 "영업점 통폐합은 인력 재배치를 한다는 얘기로 구조조정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구조조정과 지점 통폐합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주병 전국금융노조신한지부 홍보부장도 "지난 달 인사임원인 부행장으로부터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확답을 들었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은 배제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에서 여신관리 업무를 하는 한 직원은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직원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하게 될 것 아니겠냐"고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미 정규직 총정원을 동결하기로 한 농협은 올해 15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뽑은 인원만큼 기존 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으로 인력 재배치 과정서 반발하는 직원에 우선적으로 명예퇴직을 권고한다는 계획이다. 반강제적으로 인원감축을 진행 중인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을 갖고 있는 은행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기침체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없다고 단정짓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불안감을 높였다.

그는 또 "만약 시중은행 중 어느 한 곳이 구조조정이 시작한다면 업계 전반에 걸쳐 인원감축 바람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이 어려워 BIS비율 10%를 맞추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대책이 필요하지만 구조조정은 염두해 두고 있지 않다"면서 "은행권의 사정이 많이 나빠지면 구조조정도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겠지만 임금동결 문제도 아직 협의 중인 상황에서 구조조정 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