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 가계와 기업이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법원에는 `경제적 사망선고'로 불리는 파산 신청을 하는 개인과 법정관리를 요청하는 법인들이 쇄도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는 빚을 갚지 못한 장기 채무 불이행자들의 상담 문의가 하루에 1천200여 통씩 쏟아지고 있다. 경제침체가 지속될 경우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 법정관리 신청 급증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법인의 법정관리(기업회생) 신청 건수는 올해 1~11월중 87건으로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인 29건의 3배에 달하고 있다. 이 건수는 서울중앙지법이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 이후 최대다.
서울중앙지법의 법정관리 신청건수는 2004년 15건에서 2005년 3건으로 줄었다가 2006년 22건으로 늘었고 작년에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올해 급증했다.
법정관리가 수용되지 않으면 기업은 일반적으로 파산 절차에 들어가므로 법정관리 신청이 급증했다는 것은 기업 연쇄도산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9월부터 증가세가 뚜렷하다. 1~8월 중에는 월별로 4∼8건에 그쳤으나 9월 9건, 10월 13건, 11월 14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영구 변호사는 "기업회생을 신청한 법인 가운데 절반 정도는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는 기업회생 절차 대신 곧바로 파산신청을 하는 법인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지방 부도율 최악으로..
지방업체들의 어음부도율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충남지역의 9월과 10월 어음부도율은 각각 1.10%로, 2001년 8월의 2.06%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1997년에 이 지역의 어음부도율은 월별로 1% 안팎이었다는 점에서 최근의 부도사태는 환란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남지역의 어음부도율도 올 들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4월에는 무려 4.31%로 나타나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997년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5월 1.18%, 7월 0.84% 등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제주지역 부도율은 10월에 1.04%로 2001년 8월의 1.25% 이후 가장 높았다. 환란 당시인 1997년 제주지역 어음부도율은 8월 1.24%, 10월 1.16%, 12월 0.87%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부도율은 상당히 높은 상태다.
대구지역 부도율도 7월에는 1.30%, 10월에는 0.95%를 나타냈다. 이 지역의 부도율이 1%를 넘어선 것은 2004년 5월의 1.36% 이후 처음이다.
◇ 개인파산 신청 3년연속 10만명 넘을 듯
개인파산 신청 건수도 올해 1~10월 9만9천218만 명으로 연간으로 3년 연속 1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개인파산 신청은 2002년 1천335명으로 연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1천명선을 넘어선 이후 2003년 3천856명, 2004년 1만2천317명, 2005년 3만8천773명 등을 빠르게 증가한데 이어 2006년에 12만3천691명으로 1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15만4천39명에 달했다.
법원이 채무를 회피하려고 파산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막으려고 개인파산 심사를 강화했는데도 여전히 개인파산 신청자가 많다는 점은 서민층의 경제상황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이용운 파산부 판사는 "개인파산신청의 심사를 강화하고 가급적 소득이 있는 신청자들은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면서 지난해보다 신청자가 줄었지만 9월부터는 개인파산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채무불이행자 300만 돌파하나
올해 들어 신용회복위원회에는 채무 재조정 등에 관한 상담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신용회복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상담 건수는 36만5천236건으로 지난해 연간 25만1천948건보다 무려 11만3천288건(45%)이나 많았다. 하루 상담 건수가 약 1천200여 건에 이르는 셈이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카드값이나 은행 대출금을 장기 연체한 사람들 가운데 신용회복 프로그램 지원 자격 등을 묻는 상담 전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10월 말까지 국민연금을 통한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이 한시적으로 운용된 점도 상담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실제 신용회복 지원 신청을 한 건수는 6만6천687건으로 지난해 연간 6만3천700건을 3천건 이상 웃돌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등에 따르면 올해 5월말 현재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는 248만3천 명으로, 12월 현재로는 작년 말 258만3천 명을 훌쩍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카드사태' 가 발생했던 2003년 372만 명으로 정점에 달했다가 2004년 361만5천명, 2005년 297만5천명, 2006년 279만6천명 등으로 갈수록 줄었지만 올해는 증가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회복위 측은 "서민들이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면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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