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업체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 쓰나미로 인해 국내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자 당초 이달 분양할 예정이었던 신규물량을 줄줄이 미루는 한편, 내년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각 건설사들의 신규물량은 거의 없는 상태다. 안 그래도 미분양이 쌓이는 마당에 시장 상황마저 좋지 않자 분양을 미루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내년도 사업계획과 함께 예산안 책정에 부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분양할 때가 아닌 상황을 지켜볼 때"라며 "예년 같은 상황이라면 분양계획 등이 이미 발표됐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예산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하고 있어 사업계획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삼성건설은 서울권에서만 ▲동작구 본동 250번지 본동2차 재개발 아파트 468가구와 ▲성동구 금호동2가 1021-2번지 금호19구역 1057가구 ▲용산구 한강로 3가 63-70번지 용산트라팰리스 주상복합 493가구 등 5개 사업장의 분양을 내년으로 미뤘다.
동부건설도 ▲용산구 동자동 37-17번지 주상복합 273가구 ▲용산구 한강로2가 주상복합 128가구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아파트 663가구의 분양 일정을 미뤘다.
대우건설과 서해종합건설은 이달 공급하기로 했던 경기 판교신도시 A20-2블록 948가구를 내년으로 미뤘고, 평택 청북지구와 용인 흥덕지구, 김포한강신도시 AC-2·AC-15·AC-16블록의 공급물량도 줄줄이 내년으로 이월됐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인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지난 5월에 청라지구 17블록에서 692가구를 분양한 이후 19블록 464가구도 곧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으로 분양을 연기하기로 했다.
한편 내년 사업계획을 잡지 못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경우도 있다. SK건설은 내년에 아파트 분양을 대폭 축소해 2000~3000가구만 분양할 계획이다. 김권수 SK건설 홍보팀장은 "올해 SK건설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광명 아파트형 공장이었다"며 "아파트의 경우 종암 SK VIEW를 끝으로 올해 분양 일정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GS건설·풍림산업·동부건설 등도 내년도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최병근 GS건설 홍보과장은 "아직은 조직평가, 임원인사, 조직개편 등의 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분양 일정 등 사업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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