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3개 중 한 곳은 영업이익을 내고도 현금수입은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금이 돌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이른바 흑자 도산하는 업체가 늘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4일 ‘최근 시중자금 흐름의 특징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12월 결산법인 6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손익계산서상에 영업이익을 내고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이 전체의 34.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97년 외환위기 때보다(23.1%) 훨씬 높은 수치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란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을 가감하여 계산되며, 이 수치가 플러스(+)면 현금자산이 많아져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상의는 시중자금이 실물부문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을 경우 영업이익을 내고도 파산하는 이른바 ‘흑자도산’ 하는 업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96년부터 99년까지 도산 한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을 내고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손영기 대한상의 팀장은 “최근 경기하강에 따른 수요둔화로 재고가 늘었거나, 실제로 물건은 팔렸더라도 자금시장 경색으로 외상판매 증가 또는 대금회수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상의는 돈의 시중흐름을 보여주는 통화유통속도도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명목 GDP(국내총생산)를 광의통화(M2)로 나눈 통화유통속도는 올 2분기가 0.720, 3분기에 0.703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0.763과 0.752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유통속도는 통화 한 단위가 일정기간동안 각종 거래를 위해 몇 번 유통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떨어졌다는 것은 돈의 흐름이 어딘가에 막혀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상의는 돈이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은행에 대한 유동성공급 확대, 우선주 매입등 자본확충 지원, 신보․기보 보증규모 확대, 자산유동화증권 시장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박재붕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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