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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농협에 강한 불신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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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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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협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농협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드러냄과 동시에 향후 인적쇄신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언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및 자회사 휴켐스 매각 의혹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나왔다.

   이 대통령은 작심한 듯 "농협이 정치를 하니까 안된다",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정치한다고 왔다갔다 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 "농협이 (돈을) 벌어갖고 사고나 치고 말이야..."라며 질타했다.

   역대 농협 간부들의 `정치행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농민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권력만 쫓고, 그 과정에서는 각종 비리를 저지른 농협 간부들의 행태를 일갈한 것이라고 청와대측은 전했다.

   실제 조합원 240만명을 거느린 거대 조직인 농협은 지난 80년대 후반 관치에서 벗어나 중앙회장을 조합장들이 뽑기 시작한 이후 한호선, 원철희, 정대근 전 회장 등 1-3대 민선 회장이 비자금 조성 또는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모두 사법처리된 부끄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3대 정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285평을 현대차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처벌받은 데 이어 최근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세종증권 인수 및 휴켐스 매각 의혹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농협 질책은 `농협이 돈벌이에만 골몰하고 정작 주인인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세간의 비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례로 `종합금융회사'를 표방하고 있는 농협 신용부문의 경우 세종증권 인수 등 사업다각화와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리며 한해 순이익이 1조원에 달할 정도지만 농민과 밀접한 경제사업 부문은 구조적 부진으로 매년 1조원 가까운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약한 경제사업 부문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농협이 농민에 대한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향후 농협의 고강도 인적쇄신 및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선 회장이 사실상 인사권을 통해 농협 실무 전반이나 이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상당수 감사위원을 `자기사람'으로 채울 수 있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농협이 금융으로 번 돈을 농민에게 돌려주려면 농민들이 임대 장비를 자기가 (농기계) 갖고 있을 때보다 훨씬 싸게 해서 쓸 수 있어야 한다", "농민들에게 농기계를 빌려주고 (농협은) 조금 손해를 봐도 된다", "회장들이 엉뚱한 짓을 해서 사고를 치고 그래서는 안된다", "농민들에게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도 결국은 농협의 전면개조 필요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농협은 일부 간부들의 정치행보 뿐 아니라 구조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 "앞으로 농협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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