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예산안 대치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자체 T/F 팀을 구성해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회동을 재추진하는 동시에 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야권과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4일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 등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어 청와대가 직접 야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다”며 “정무수석실은 여야대표회동 재추진 파트와 쟁점법안 협상 파트를 나눠 정치권과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석실 직원들이 국회에 상주하면서 현장상황과 야권인사들과의 접촉 내용을 정무수석에게 실시간 보고하고 있다”며 “우선 여야를 협상테이블에 앉히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우선 청와대는 여야대표회동 재추진과 관련, 제1야당인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 대통령의 단독 회담카드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정부 투쟁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정국 안정을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타 정당대표들과는 향후 연쇄회동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성사된 국회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회담도 청와대가 일정부분 기여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서병수 기획재정위 위원장과 한나라당 임태희,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사전 조율을 갖고, 3당 원내대표 회담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 정무라인이 여야를 오가며 물밑접촉을 벌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또 신문법. 북한인권법 등 정치색이 짙은 법안에 대해 이번 회기의 처리를 연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이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준다고 약속한다면, 쟁점 법안 심사 및 처리를 내년 회기로 연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은 예산안과 각종 규제완화 법안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 내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는 중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급선무”라며 “여당이 172석을 가졌다고 하나 내부결집이 안되기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을 완전히 다른 당 의원으로 보고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청와대 정무라인의 전방위 활동에 대해 성과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권내에선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한나라당 중진 의원은 “여야 대표회동을 끝내 무산 시키는 등 청와대 정무라인이 대체 뭐를 하고 있는 지 알 수가 없다”며 “보다 과감하고 치밀한 구상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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