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는 견고합니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대를 지나 변혁기를 맞고 있으며 굉장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정학적인 면과 역사적으로 많은 이슈들을 공유했습니다. 양국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글레프 이바셴초프 주한러시아대사는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바셴초프 대사는 한국과 러시아간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에너지 사업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6자회담에서 러시아는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이동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통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셴초프 대사는 우주과학 분야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양국간 협력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바셴초프 대사와 나눈 일문일답.-막대한 자원과 중앙 집중적인 정부 정책에 힘입어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신용위기 사태로 러시아 역시 위기에 빠져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현황과 전망은 어떻습니까.
▲러시아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러시아 경제가 튼튼하지 않다는 말에 동의 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7대 경제국으로 건실한 경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경제는 과거 구소련 시절부터 폭넓게 발전했습니다.
사진: 글레프 이바센초프 주한러시아대사는 아주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러 양국의 경제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러시아는 세계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항공기부터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항공산업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첨단기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핵 산업에서 매우 발전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기 산업도 매우 발전되어 있습니다.
구소련 시대를 지나 러시아는 변혁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자원과 인력은 물론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굉장한 기회와 잠재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북핵 문제는 한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 중국 등 6자회담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이슈입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6자회담은 물론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극동아시아 시대에 6자회담은 물론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러시아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먼저 주한러시아 대사로서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습니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가 6자회담 국가는 물론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 해당되는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러시아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핵실험 역시 러시아 주변에서 진행했습니다. 이는 러시아에게도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러시아가 6자회담에 참가해야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북핵 문제는 단순히 한반도에 연결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 걸친 문제로 세계평화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핵 보유를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유엔의 구성원입니다. 북한 역시 다른 나라들과 동등하게 대우 받아야하며 이는 북핵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핵문제는 북한과 한국의 관계개선의 정상화에서 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북핵 문제와 함께 북한과 한국의 관계 계선의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협력입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한국과 북한에 경제협력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을 통과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좋은 예입니다.
물론 북한을 거치지 않고 가스 파이프라인을 설치할 수도 있지만 북한을 통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할 뿐만 아니라 남북한 관계 계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990년 양국 간 국교수립 이후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양국 간 이상적인 관계는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지정학적인 것은 물론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한국은 많은 이슈들을 공유해 왔습니다. 러시아와 한국은 서로 경쟁하거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관계가 아닙니다. 미래의 양국 관계 역시 좋을 것입니다.
20년 전 양국의 민주화가 발전하면서 양국 사이 역시 급속히 좋아졌으며 지금은 지역적 민주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6자회담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협력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양국은 물론 6자회담 참가국 중 강한 한 국가의 일방적인 억압이 아닌 서로 협력하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우리는 단지 에너지나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뿐만 아니라 평화적인 핵 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류를 우주에 보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는 굉장히 발전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핵과 관련해서도 일류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주과학 분야에서는 우주선뿐만 아니라 우주선 연료에서도 러시아 기업은 굉장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양국 간 경제교류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우주 산업을 보기 위해 시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150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200억 달러 정도가 예상됩니다. 5년 뒤에는 4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한국이 다른 나라와 교역하는 규모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양국간 국교수립 시기를 감안하면 상당한 발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많은 회사들이 러시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엘지,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이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한국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과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러시아는 한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에너지 사업에서의 협력 강화는 중요한 일입니다.
-아무래도 글로벌 신용위기 사태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양국 기업들의 신용위기 사태 개선을 위한 방법이 있다면.
▲세계 금융문제는 짧은 시간에 말하기에는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세계 금융문제는 미국에서 시작된 미국의 금융산업이 가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세계 금융위기에 깊게 관련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한국의 제조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양국 기업 모두 신용위기 사태를 현명하게 헤쳐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러시아 증시가 주식시작이 며칠 전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어느 나라나 하루나 이틀 주식 시장을 문을 닫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진: 글레프 이바센초프 주한러시아대사(왼쪽)는 북한을 통과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
러시아의 일부 기업이 미국의 금융위기에 의해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지만 러시아 전체로 봤을 때 그 영향은 미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주한러시아대사로 부임한지 3년이 지났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에 온 3년 동안 한국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나쁜 행동들을 본적이 없습니다.
러시아에서도 한류는 퍼지고 있으며 한국인들 또한 러시아의 문화와 언어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양국의 문화교류도 늘고 있습니다.
2006년 '한러교류축제'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고 2007년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됐습니다.
2010년에 한국과 러시아가 국가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문화교류를 점검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하기로 이명박 대통령과도 상의했습니다.
양국이 더욱 긍정적인 관계를 맺기를 희망합니다.
-한국과 러시아 양국 관계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더 많은 한국인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더욱 많은 러시아인이 한국을 방문함으로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교 전 양국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서로 모르는 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양국의 인력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이 대통령은 한국의 전 대통령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양국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도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켜 양국 간 발전을 위해 경주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극동아시아 정세의 현황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좋지 않은 과거의 유산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의 유산으로 부터 해방돼야 하며 서로 양보하고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특히 장기적인 경제 협력이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6자회담 역시 서로 협력하는 좋은 예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매달린다면 이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은 과거 유산의 잔재를 넘어 기회를 잡는데 능력이 있습니다. 현대, 삼성, 대한항공 같은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면 한국 기업들의 능력을 알 수 있습니다.
-아주경제신문이 창간 1주년을 맞았습니다. 당부의 말씀을 하신다면.
▲아주경제신문이 3개 국어로 발행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로 발행하는 것이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인 만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주경제신문이 아시아 경제의 성장과 위상 확립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창간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유희석 기자 xixilif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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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민태성 국제경제부 팀장
정리: 유희석 기자
사진: 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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