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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서민.기업 자금경색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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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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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방위 유동성 공급에도 시중금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은행채와 회사채 시장의 신용 경색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카드채와 할부금융채 등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서민과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원인을 거래 상대방의 불확실성에 있다고 지목하고 기업.가계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아무리 돈 풀어도 꿈쩍않는 시중금리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9월 중순 이후 한은이 외화와 원화 유동성 개선을 위해 취한 조치는 크고 작은 것을 합쳐 30여 가지에 달한다. 원화 유동성만 해도 규모가 13조 원에 가깝고 기준금리만 세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내렸다.

   환매조건부채권(RP) 방식을 통한 유동성 지원, 통화안정증권 중도 환매, 총액한도대출 증액, 국고채 매입, 은행의 지급준비예금에 대한 이자 지급 등 수단도 다양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최대 5조 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책은행의 중소기업자금 3조3천억 원 공급,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에 5천억 원 출연 계획(5천억원) 등 정부가 취한 조치를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그러나 시중금리는 꿈쩍도 안하고 있으며 시중의 자금 경색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각종 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91일 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10∼11월 두 달간 0.38%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10월 24일 6.18%로 치솟았다가 한은이 0.75%포인트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지난달 하순부터 5.45%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포인트나 내린 것에 비하면 떨어지는 시늉만 낸 셈이다.

   기업의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투자적격 등급인 BBB-급 회사채(3년 만기) 금리는 9월 말 10.81%에서 10월 말 11.32%, 11월 말 12.53%로 계속 올랐다. 우량채인 AA-급 회사채 금리도 같은 기간 7.76%에서 8.13%, 8.91%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업의 단기자금줄인 91일 물 CP 금리는 9월 말 6.56%에서 11월 7.26%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7.1% 선으로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4월에 5%대였던 카드채 금리는 11월 들어 9%를 웃돌았다.

   반면 국고채나 통화안정증권 등의 금리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는 9월 말 6.01%까지 올랐으나 5일 기준 4.17%로 1.84%포인트 떨어졌다. 364일 물 통안증권도 같은 기간 5.92%에서 4.61%로 기준금리보다 하락 폭이 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정부가 보증하는 국고채나 통안증권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으며 CD, CP, 회사채 등 신용위험이 있는 크레디트물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 서민.中企 이자부담에 고통 가중
신용경색의 충격은 서민과 중소기업들에게 더욱 크다. 신용도가 낮아 더 많은 이자 부담을 져야 하는 이들은 사실상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서민들이 주요 고객인 저축은행의 일반대출 금리는 올해 1월 연 11.94%였으나 9월 12.29%, 10월엔 13.14%까지 올라갔다. 예금 외에는 별다른 수신 기반이 없는 저축은행들은 금융위기 사태 이후 예금이 줄자 대출도 줄이는 형편이다.

   그나마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과 금리 경쟁을 하면서 예금 금리도 올리고 있다. 6월 연 6.33%로 연중 가장 낮았던 1년짜리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9월 6.90%, 10월 7.42%, 11월 7.84%로 치솟는 중이다. 이마저도 고금리 특판예금 금리는 제외하고 산출한 수치다.

   최근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면서 그 불똥이 고스란히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 등으로 튀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28일 400억 원 규모의 카드채를 최고 9.19%(3년 만기)의 금리에 발행했다. 카드채 금리가 9%를 넘은 것은 카드 사태가 발생한 2003년 10월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보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들이 8% 금리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카드사는 9% 수준으로 카드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며 "캐피털사는 아예 채권 발행이 안 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채 금리의 상승은 고스란히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신용카드사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수신 기능이 없는 20여 개 할부금융사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7월 6천172억 원, 8월 5천910억 원, 9월 7천398억 원에서 10월에는 1천450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할부금융사 같은 캐피털사들은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연체율까지 올라가면서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은 결국 사채나 대부업체 등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일부 일본계 대부업체들도 엔화 강세에다 엔화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대출을 거의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은행권이 중기 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은행들의 전월 대비 중기 대출 증가액은 8월 2조6천억 원, 9월 2조9천억 원, 10월 3조4천억 원, 11월 4조3천억 원으로 증가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금리가 높고 낮은 게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으니 거래 자체가 안 되는 것"이라며 "거래 상대방이 얼마나 위험한지 투명하게 드러나야하는데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를 내려도 돈이 풀리지 않는 근본 원인은 불확실성"이라며 "옥석 가리기를 통해 기업이나 가계가 살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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