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12일 처리하기로 5일 합의한 데 이어 8일 공식 합의문을 전달할 예정이나 ‘빚 좋은 개살구’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합의로 ‘조속처리’라는 명분을 얻었으며, 민주당은 부가세 등 일부 감세 정책에 대해 당론을 반영하며 실리를 챙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야 모두 리더십 부재를 드러냈으며, ‘한나라당 2중대’ 발언 등 돌발 변수들은 모처럼 합의된 예산안의 처리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12일 합의’, 여야 손익계산서는
여야는 12일 처리 합의로 각각 명분과 실리를 나누어 가졌지만 모두 당 지도부들의 지도력 실종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정기국회 회기폐막(9일)까지 처리라는 기존입장은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참여정부 때처럼 해를 넘기기 직전 ‘턱걸이 처리’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데 만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5일 합의 전까지 한나라당 지도부가 한 게 무엇이냐는 ‘역할부재론’이 흘러나오는 상태다. 현안마다 당내 이견은 물론 대야협상에도 실패, 172석 프리미엄을 충분히 활용치 못했다. 또한 종부세 등 일부 감세안에서 당정 간 엇박자를 조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산안 처리 합의도 사실 김형오 국회의장 직권상정 가능성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했을 뿐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민주당은 소수의석 야당이라는 위치에도 불구, ‘부자감세’로 규정한 종부세 인하 폭 축소와 부가세 감세 관철이라는 실익을 거뒀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처럼 리더십 부재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의 한 진보성향 의원은 “여당이 강행처리 카드를 만지작거리니까 ‘모든 상임위 보이콧’ 입장을 피력한 지 이틀도 안 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정세균 대표나 원혜영 원내대표가 소신 없이 움직인다는 증거”라고 성토했다.
◆12일 처리, 곳곳에 걸림돌
현재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휴일도 없이 10일 계수조정소위 처리, 11일 전체회의 처리를 목표로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을 겨냥한 민주당의 ‘한나라당 2중대’ 발언과 예산안 관련 여야 간 현격한 입장차는 12일 처리에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민주당이 ‘한나라당 2중대’, ‘샴쌍둥이’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예산안 처리 시한에 합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으나 민주당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야가 8일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공식 합의문을 교환해도 이후 예산안 처리에 걸림돌이 될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이다.
사안별 입장 차도 문제다. 현재 한나라당은 정부 예산안 골격 내에서의 조정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주당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대폭 삭감 및 서민 관련 예산의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12일 처리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7일 “예산안과 부수법안인 세입, 세출 법안 모두 처리하기로 민주당과 합의가 됐다”며 “세입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지난 5일 정리가 끝났고, 12일까지 각 위원회에 계류된 세출 예산 근거법을 정비하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