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불황이 세계 해운시장 침체여파로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으로 이어지는 ‘빅3’ 조선업체들의 지난 10, 11월 수주실적은 고작 두 척(삼성중공업, 11월 드릴십 두 척)뿐이다.
지난해 동기대비 무려 91.6%나 급감한 수치다.
12월 역시 특별한 발주소식을 기대할 수 없어 올해 ‘장사’는 사실상 마감, 이로써 조선업계는 최악의 성적표를 남기게 됐다.
올해 전체 수주액을 보더라도 현대중공업은 12월 현재 누계액 219억 달러(당초 목표 290억 달러의 75.5% 수준), 대우조선해양은 누계액 116억6000만 달러(당초 목표 175억달러의 66.6%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삼성중공업의 경우 최근 브라질 선사에서 14억4000만달러 규모의 드릴십 두 척을 수주하면서 올해 총 153억 달러어치를 수주, 목표치인 150억달러를 가까스로 돌파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고 그 여파가 조선업계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
이재원 동양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의 경우 물동량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운시장의 불황이 조선시장으로 옮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동량 감소로 인해 해운사가 컨테이너선, 벌크선과 같은 선박의 운행 및 발주를 중단하면서 조선업계의 수주급감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2년간 대량발주가 이뤄졌던 벌크선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지난 10월 말 현재 벌크선 수주잔량이 833척에 달해 추가 발주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형조선업체들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중소조선업체들의 위기에 따른 반사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체 관계자는 “조선업계 뿐만이 아니라 모든 업종시황이 좋지 않다”면서 “세계경기 회복과 연관 지어 생각했을 때 적어도 내년 상반기 까지 조선업계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등의 모멘텀(momentum)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관계자 역시 “경기가 회복돼야 해운업계 물동량도 늘고 발주도 많아질 것 아니겠냐”고 반문한 뒤 “향후 3~4년치의 일감은 확보돼 있으나 올해 발주될 물량이 내년으로 미뤄지고 있다. 조선업계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만큼 내년 상반기 까지는 침체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중ㆍ소형업체들에 대한 발주물량이 대형조선업체로 넘어올 수 있다”면서도 “이들 업체들이 대형 유조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던 것이 아니어서 그에 따른 급격한 매출신장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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