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 경제 둔화가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이 발생한 9월 중순을 계기로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경제 주도국들의 내년 경제 성장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대만.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신흥국들로 마이너스 성장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수출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 우리나라는 필연적으로 선진국 및 아시아 내 다른 국가들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추가적인 하강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선진국 10월부터 마이너스 '대세'
미국과 일본, 유로존 등 선진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마이너스가 대세다.
전망 시기별로 보면 주요 투자은행들은 8월에 이어 9월까지만 해도 이들 국가가 1%대 성장이나 제자리 걸음을 하는 쪽에 무게를 싣는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10월부터는 확 달라졌다.
우선 미국을 보면 9월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바클레이즈캐피탈.도이치뱅크 등 12개 투자은행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평균 1.2%로 플러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9월 중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확대되자 10월 11개 투자은행의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0.6%로 집계돼 마이너스로 주저앉았고 11월에는 11개 기관의 평균 전망치가 -1.2%까지 떨어졌다.
11월 전망치 중에서는 메릴린치가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2.3%로 내다보면서 가장 부정적이었고 스탠더드차타드는 -2%, 골드만삭스는 -1.6%를 각각 제시했다.
투자은행들은 유로존의 내년 성장률도 9월에는 0.1~1.2%, 평균 0.7%로 전망했지만 10월 전망치는 -1.4~0.4%, 평균 -0.2%로 내려갔고 11월에는 -1.6~-0.3, 평균 -1.0%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투자은행들은 9월에는 내년 일본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1.5%, 평균 0.9%로 잡았지만 10월에는 -1.2~1.2%, 평균 0%로 하향조정한데 이어 11월에는 2.5~0.2%, 평균 -0.9%로 내려잡았다
메릴린치(0.2%)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은행들은 모두 일본이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JP모건(-2.5%).도이치뱅크(-1.2%).모건스탠리(-1.1%).BOA(-1.0%) 등이 특히 일본 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 아시아도 11월부터 마이너스 공포
아시아도 선진국과 마찬가지의 흐름을 보이면서 벌써부터 일부 국가의 경우 내년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 9개국(일본 제외)에 대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9월까지만 해도 9개 투자은행이 평균 5.0%로 봤지만 10월에 8개 은행이 평균 3.6%로 내려잡았고 11월에는 7개 은행 평균 전망치가 2.1%까지 하락했다.
전망시기별로 보면 9~11월에 한국은 각각 4.3→3.0→1.2%로 ▲중국 9.0→8.4→7.9% ▲말레이시아 4.7→3.0→1.7% ▲태국 4.5→3.3→2.9% ▲인도네시아 5.6→4.6→3.7% ▲필리핀 4.6→3.3→2.6% 등으로 낮아졌다.
특히 이들 투자은행의 홍콩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은 9월 4.0%에서 10월 2.3%에 이어 11월에는 0.1%로 낮아져 사실상 내년 제자리 걸음을 할 것으로 전망됐고 같은 기간 대만은 4.4→2.7→-0.1%로, 싱가포르는 3.7→1.4→-1.1%로 전망치가 수정되면서 내년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됐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역 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오면서 마이너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홍콩.싱가포르.대만 등은 대외 교역이나 금융 등으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선진국 경기가 안 좋으면 이들 국가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시그널이 이들 국가들을 중심으로 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경제 수출 타격 우려
이처럼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등 신흥개도국조차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제기되면서 우리 경제가 경착륙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적 경기 침체의 영향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취약할 수 밖게 없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오던 수출은 이미 지난 11월 18.3%(전년 동월비) 급감하면서 2001년 12월 20.4%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커 비상등이 커졌다.
지난달(1∼20일) 수출을 지역별로 보면 일본(-13.5%).EU(-12.5%).미국(-6.2%) 등 선진국으로 수출이 일제히 감소세로 전환했고 우리나라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27.8% 급감,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의 절반 이상이 가공품으로 중국 수출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선진국 경기 침체는 우리나라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출 감소를 유발해 다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지는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에도 이런 침체가 이어져 수출은 4천900억 달러로 올해 대비 한 자릿 수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정부 전망치가 제시되면서 수출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을 보완해야 할 내수 역시 시원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당초 예산안에서 4.5%로 전망했다가 지난달 초 수정 예산안에서는 2.5%로 2%포인트나 낮춰잡았다. 3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실질 소비 증가율은 -2.4%로 관련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연구위원은 "수출은 해외 경기와 환율의 영향을 받고 수입은 국내 경기와 환율의 영향을 받는데 지금은 동반하락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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