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포스트맨’은 지난 1997년 헐리우드에서 제작되고 캐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작품이다.
영화 속의 시간적인 배경은 고도로 발달된 인류문명이 대재앙으로 인하여 쇄락하고 생활의 모습은 서부시대 쯤으로 퇴보한 듯한 어느 미래의 시점이다.
이야기의 구조는 선악의 극명한 대립. 나쁜 사람들의 집단은 선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공격하여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시키려 한다.
주인공 캐빈코스트너는 악당을 피해 떠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우편배달원(Postman)의 점퍼와 모자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그는 통나무로 둘러싸여 요새처럼 꾸며진 선한 사람들의 마을에 도착한다.
주인공은 생존을 위하여 그 마을의 일원이 되고자 자신이 진짜 포스트맨처럼 행동한다. 내가 이 영화를 자주 떠올리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영화 속의 생사를 넘나드는 급박한 상황은 오늘 날의 경제위기와 유사하다.
두 번째, 주인공 캐빈코스트너가 마을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던졌던 대사 때문이다. “이미 브로드웨이에서는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 마을주민은 이 한마디에 절망적인 상황에서 탈출한 것처럼 환호성을 지른다.
이 장면은 현대인들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생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감독이자 주인공인 캐빈코스트너는 멸망의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도구로 예술을 이용하였다.
요즘 미국발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불안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금의 불황이 얼마나 오래갈지, 아니면 조만간에 풀릴지 모두들 미래에 대한 예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감량경영에 돌입하고,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대량 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활동이 주업인 현대인들에게는 ‘포스트맨’이 보여주는 영화속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기처럼 여겨진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라는 틀에서의 경제적인 도태는 곧 사회적 죽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근래의 경제위기는 예술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어려워진 경제사정으로 인해 기업들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후원을 줄이고, 환율폭등으로 인해 계획했던 공연이나 전시가 취소되는 등의 문화 모라토리엄의 도래까지도 예측하게 한다.
현대인의 삶에서 문화예술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 삶에서 없어서 안 되는 의식주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더불어 예술은 인간의 삶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그 이유는 영화 ‘포스트맨’에서 보여주듯이 예술은 ‘절망을 희망으로’, ‘파괴를 창조로’, ‘어둠을 빛으로’ 바꿔주는 특별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실제 삶에서도 예술의 긍정적인 힘이 기업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성공적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볼쇼이극장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중단되어 문을 닫을 위기에 봉착했다.
게다가 1998년 모라토리엄 상황으로 인해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은 예술기관에 대한 재정지원과 후원을 중단한 채 철수해 버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볼쇼이극장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였다.
러시아의 경제사정이 회복되고 사회가 안정된 후 과거에 볼쇼이극장을 지원하던 기업들은 메인스폰서 지위를 다시 찾고자 했다.
그러나 극장 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경제상황이 어려웠을 때 삼성전자가 볼쇼이를 후원했던 것처럼 볼쇼이극장은 삼성전자를 자신들의 확고하고 믿음직한 친구로 인정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 국민들도 삼성전자를 국민브랜드로 생각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기업이 예술을 통해 충성스러운 소비자 층을 구축하는 동시에 한 나라의 문화 인프라를 존속·발전시키는 세계예술역사에 기록될 업적을 세운 사례이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볼쇼이극장을 지원한 이유는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혜안(慧眼)을 가졌기 때문이다.
현명한 기업은 현대인의 삶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가 예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현대에는 예술이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누구나 동의하기 때문에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이렇듯 예술은 현대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어떠한 위기라도 슬기롭고 능동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