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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
이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M&A를 제시하는 등 공격 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던 황영기 회장 등 신임 지도부는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경우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지표가 다른 시중은행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리딩뱅크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 M&A 전략 답보, 성장동력 창출 실패 = KB금융지주의 그룹 내 최대 현안은 자사주 매각이다. 자사주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져야 시중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고 M&A를 위한 실탄도 마련할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주식 교환을 통해 취득한 자사주 1850만주(5.2%)를 6개월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이제 남은 시한은 3개월 남짓이다.
문제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후 주가가 폭락해 엄청난 규모의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9일 KB금융지주 주가는 3만3200원으로 지난 10월10일 상장 당시 시초가인 4만8150원보다 1만4950원 폭락했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국내외 돈줄이 막히면서 자사주를 매입해 줄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지주사와 은행 경영진의 최대 화두는 자사주 매각"이라며 "미국은 물론 중동과 동남아 지역까지 돌면서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자사주 매각에 난항을 겪으면서 황영기 회장이 야심차게 발표한 M&A 전략은 사실상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황영기 회장은 취임 당시 우리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와의 대등 합병 구상을 발표하고 외환은행과 유진투자증권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M&A 여력이 충분치 않아 머뭇거리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해외 M&A도 삐걱대고 있다. KB금융지주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카자흐스탄 6위 은행인 뱅크크레딧센트럴(BCC)의 지분을 인수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카자흐스탄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은행도 BCC에 대한 자금 지원 가능성을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안게 됐다.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가 상위 4대 은행에 긴급 자금을 수혈하면서 외국계 은행이 대주주인 BCC는 제외했다.
국민은행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를 잇는 'KB 트라이앵글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시아 금융시장을 선도한다는 장기 전략을 추진 중이지만 첫 단추인 카자흐스탄 은행 인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 경쟁사 맹추격…리딩뱅크 '흔들' = 국민은행은 지난 3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이상 리딩뱅크로 군림해 온 국민은행의 BIS 비율이 전 분기 대비 2.69%포인트 하락한 9.76%로 추락한 것은 충격적이다. 이는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조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데 이어 KB금융지주에 5000억원 가량의 증자를 받기로 하는 등 연말까지 BIS 비율을 11%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후순위채는 금리가 8% 이상으로 국민은행은 물론 KB금융지주의 이자지급비용을 증가시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각종 수익성 지표에서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경쟁사와의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4분기 3.45%에서 올 3분기 2.98%로 0.4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0.20%포인트, 우리은행은 0.24%포인트, 하나은행은 0.21%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NIM은 예대마진에 유가증권 운용수익 등 전체 이자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수치로 1년 만에 다른 시중은행보다 2배 이상 악화된 셈이다.
전체 원화대출에서 거둬들인 이자이익도 국민은행은 지난해 3분기 3.49%에서 올 3분기 3.02%로 1년새 0.47%포인트가 낮아져 신한은행(0.16%포인트)와 우리은행(0.15%포인트)의 하락폭을 크게 웃돌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주택은행을 합병한 후 국내 금융시장을 이끌었던 국민은행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제는 국민은행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던 시대가 지났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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