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확대.실질금리 하락으로 "자금이탈 없을 것"
- "개인ㆍ기관 유동성 부족 탓 손절매" 의견도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펀드런(대량환매)가능성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립식펀드 성장세와 정부의 금리 인하기조로 펀드런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과 증시침체 장기화와 가계부채 증가의 등의 영향으로 소규모 펀드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0월말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 중 적립식 투자 비중은 52.6%이며, 내년에도 꾸준하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간 대규모 펀드자금이 빠져나갈 확률은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가계흑자액(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값)이 증가하고 있고 실질금리도 1% 미만에 머물고 있다"며 "당분간 펀드시장의 자금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질금리 하락으로 증가된 가계흑자액이 은행에 예치되기 보다는 펀드시장으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1일 금통위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펀드런을 낮출 수 있는 요소로 꼽혔다.
박 연구원은 "과거 은행예금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1996∼2003년 평균 은행수신금리가 7.95%인 점을 감안할 때 이 금리 이상은 돼야 자본이동의 가능성이 커지는데 금리인하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펀드자금의 대규모 이동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성향도 펀드런의 가능성을 낮춘다는 의견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투자문화를 이끌고 있는 40대 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인 데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펀드의 운용대상이 크게 확대되고 다양한 펀드상품이 출시될 전망이다"며 "펀드시장이 축소되기 보다는 성장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MF이후 몇 차례 학습효과와 적립식 투자효과로 인내심을 키운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펀드 시장에서 이탈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유동성 부족으로 소규모 펀드런이 가능하다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증시는 지난 8월 말부터 12월 현재까지 1000대 초반에서 웬만한 호재에도 끄떡하지 않은채 힘겨운 턱걸이를 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의 설정잔액도 8월 말 144조1000억원 고점을 기준 9월 말 142조9000억원, 10월 말 139조5000억원, 11월 말 139억6000조, 12월 5일 현재 139조3000억원으로 11월을 제외하면 감소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서 보면 증시 하락추세가 길어질수록 펀드자금 유출이 심화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증시가 고통을 받은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펀드런을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주가급락이 곧 펀드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1996년 10월부터 1998년 6월까지 주가지수가 66.8% 하락했을 때 펀드 증감률이 -22.7%를 차지했다"며 "주가하락폭이 크고 조정기간이 길면 펀드런이 있어왔다"고 분석했다.
가계대출 증가와 대출금리 상승도 개인들의 대규모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8일 한국신용정보는 3600만명 국내 신용인구의 금융권 대출, 연체 등 신용정보를 집계해 분석한 결과 대출 건전성을 산정한 ‘채무건전성지수’의 정상, 주의관찰, 정밀관찰, 위험 등 4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위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가계 대출상환에 급급해진 투자자들이 펀드시장에 더이상 자금유입 할 수 없게 됐음을 의미한다.
개인도 문제지만 더 시급한 쪽은 환율 급등과 신용경색으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기관투자가라는 의견도 우세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화가 쉬운 펀드나 주식을 우선 처분할 수 밖에 없다"며 "과거에도 그랬고 최근에도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연기금의 매매동향과 증시 하락세를 감안하면 손절매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며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오던 연기금이 현 상황에서 매도에 나설 경우 증시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증시 큰손인 기관들이 유동성확보 위해 청산에 나서면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돼 개인의 펀드런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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