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한 데 이어 남해화학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 유착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휴켐스 인수 작업에 착수한 2006년 1월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차명계좌로 전달했다가 정 전 회장이 현대자동차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으로 그해 5월 구속되자 9월에 돌려받았다.
박 회장은 작년 7월 정 전 회장이 법정구속된 시기에 이 돈을 다시 보냈다가 올해 7월 2차로 되돌려 받았는데, 검찰은 돈이 두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했을 뿐 제3자에게 건너갔던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
정 전 회장은 구속됐다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난 뒤 박 회장에게 비료회사인 남해화학을 매각하려 했으나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되는 바람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의 남해화학 인수 시도가 휴켐스 인수 로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고 의심할 정황이 보인다"며 "남해화학은 비료회사여서 농협 실무진들이 매각 자체를 반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설이 돌면서 주가가 10배나 치솟던 시기에 세종증권 주식투자로 거액의 시세차익을 올린 매매자를 압축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다음주 중반이면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태광실업의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경남 김해의 아파트 건설용 부동산을 넘겨받은 회사 두 곳이 300억원대의 이익을 남겼는데, 이들 2개사가 사실상 박 회장의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 시공사 임직원을 이날 불러 조사했다.
한편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혐의 중 세종증권 매각 로비 부분은 전날 노씨가 "현금 3억원을 받았다"고 자백함으로써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노씨는 2005∼2006년 정화삼씨 형제와 공모해 세종증권이 농협에 매각되도록 정 전 회장에게 청탁하고 인수가 성사되자 세종캐피탈(세종증권 대주주)의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노씨가 홍 사장이 30억원을 정씨 형제에게 넘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중에서 3억원을 자신의 텃밭 자재창고에서 넘겨받았다고 시인한 이상 30억원을 수수한 공범으로 처벌하는데 더 이상의 추가증거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노씨를 다시 특별조사실로 불러내 2004년 초 본인 소유 정원토건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박연차 회장이 대주주였던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구 패스21.비상장사)의 주식 10억원어치를 차명으로 사들인 혐의를 계속 조사했다.
또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 위치한 정원토건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 개입해 정 전 농협회장에게 영향력을 미쳤는지 등 노씨와 박 회장, 정 전 회장의 `삼각 커넥션'을 밝히는데도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구속기간이 만료된 세종캐피탈 홍 사장을 정 전 회장에게 50억원 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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