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북핵 6자 수석대표회담은 9일 회담 이틀째를 맞아 중국이 제시한 초안을 바탕으로 핵심의제인 검증의정서 채택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지만 한.미.일과 북한과의 간극이 상당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검증의정서 초안에는 지난 7월에 합의한 내용보다 검증의 주체와 방법, 대상, 시기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대 쟁점은 역시 검증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시료채취 문제를 합의문에 반영하느냐다.
한.미.일은 시료채취를 가능하게 하는 문구가 합의문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시료채취는 추후 핵포기 협상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으로, 지금 논의할 의제는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의정서에는 시료채취라는 표현대신 `과학적 절차'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처리하고, 시료채취는 별도의 비공개 문서에 따로 담는 방안이 회담장 주변에서는 유력한 절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북.미가 북한의 핵신고와 관련, 플루토늄은 정식 신고서에 담고 민감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핵확산 문제는 비공개 문서로 처리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전날 검증의정서에는 핵심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형식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 10월 1∼3일 방북한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게 시료채취를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도 북한에 어느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임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회담이 미국 정권이 조지 부시 대통령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기에 열린다는 점에서 북.미 모두가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
힐 차관보도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6자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가기에는 부담이 있고, 북한도 오바마 행정부와 좋은 분위기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회담을 결렬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진통을 겪다 결국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하지만 협상이 성과없이 종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북한은 부시행정부와는 현재 합의로 마무리하고 오바마 행정부와 새로운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 협상이 결론없이 종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활발한 중재역할을 했던 한국이 이번에는 `검증의정서 채택과 대북 경제지원을 연계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는 것도 그렇지 않아도 냉기류가 흐르는 회담장 분위기를 더욱 경색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담 소식통은 "한.미와 북한과의 의견차가 상당히 크지만 아직까지는 회담의 결과를 전망하기는 힘들다"면서 "중국이 이제 1차 초안을 회람시킨 것으로, 각국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