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가 9일 최대 쟁점인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예산 심사에 본격 착수했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다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국가하천정비사업과 이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 진입도로 사업을 놓고 여야가 격돌한 것.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불리는 국가하천정비사업에 대해 2008년보다 4천610억원 많은 7천910억원을 편성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대운하 예산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삭감해야 한다"며 2천500억원 삭감 의견을 제시해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매년 태풍이 올 때 피해액이 3조원 이상이며 예방투자를 포함한 복구액은 6조원에 달한다"며 "따라서 공격적이고 항구적인 수해대책 차원에서 하천정비사업을 봐야지, 대운하와 연계해서는 안된다"며 논의가 `대운하'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이에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14조원을 들여 치수사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것 말고도 더 중요하고 시급한 사업이 얼마든지 많다"며 "강만 바라보고 살면 금이 나오느냐. 14조원씩 투자하는 사업은 재원 낭비"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조영택 의원은 "8천억원이나 드는 사업을 단지 석줄 가지고 심의해 달라는 것이냐. 배짱이 좋다"며 구체적 사업계획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정부의 자세를 질타하기도 했다.
결국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은 "구체적인 자료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결정 보류를 선언했다.
이어 순항하는 듯했던 계수조정소위는 포항 영일만의 산업단지 진입도로 건설사업 예산안이 테이블에 오르자 `대통령 고향에 대한 특혜 여부'를 놓고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영일만 산업단지 진입도로사업 예산은 2008년도 20억원이었으나 정부가 당초 새해 예산안에 143억원을 편성한데 이어 예산안 수정을 통해 100억원을 증액해 놓은 상황이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2008년 예산 20억원도 10월까지 한푼도 지급되지 않았는데 예산이 11배나 늘어나니까 오해를 받는 것"이라며 예산의 증가율, 형평성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전남 진도의 경우에도 10억원에서 96억원으로 늘었다"며 "왜 대통령 고향과 연결해서 그러느냐. 설계가 끝나면 예산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데 정치적으로 얘기하면 곤란하다"며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전체 산업단지 진입도로 건설사업 예산이 정부 예산안 수정을 통해 2천1억원 증액된 점을 거론하며 "정신나간 것"이라고 말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포항 영일만을 포함한 산업단지 진입도로 건설사업 예산에 대한 최종 결정도 유보됐다.
한편 계수조정소위는 또한 SOC 예산에 대한 여야간 입장차를 감안해 관련 심사를 `후순위'로 미뤄왔으나 12일 예산안 처리를 위해서는 더이상 연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저녁 11시30분부터 SOC 예산 심사에 나섰다.
아울러 계수조정소위는 이날도 차수를 변경해가며 예산심의를 이어갔다.
또한 `증액 소소위', `감액 소소위'를 둬 예산안 심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이에 반대함에 따라 별도의 소소위 없이 계수조정소위를 통해 예산안을 심사키로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